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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낙태죄'를 낙태시키다, 임신중단 합법화에 지핀 불

입력
2019.02.27 04:40
수정
2019.02.28 10:5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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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멕시코 공해상의 'Women on Waves'. womenonwaves.org
2017년 4월 멕시코 공해상의 'Women on Waves'. womenonwaves.org

레베카 곰퍼츠(Rebecca Gomperts, 1968~)는 여성 임신중단 선택권의 가장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옹호자라 해야 할 네덜란드 활동가다.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의료담당자로 일한 이력의 그는 네덜란드 국적의 배 ‘Women on Waves’로 특정 국가의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 공해상에서 여성들이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해왔다. 그는 ‘Womens on Web’ 등을 통해 세계보건기구가 필수의약품으로 분류했지만 특정 국가에서는 허용하지 않는 임신 중단약을 공급하기도 한다. 공해상의 수술, 웹을 통한 약 보급은 낙태죄를 낙태시키는 국제적인 퍼포먼스이기도 하다.

그의 활약은 네덜란드의 낙태권 쟁취의 역사와도 닮았다. 네덜란드는 1886년 형법에 의해 낙태가 불법이었다. 하지만 낙태 행위자를 기소하려면 기소권자가 낙태 시술 시점에 태아가 살아있었다는 걸 입증해야 했고, 그 허점 때문에 실제로 기소된 예는 거의 없었다. 1911년 이른바 윤리법이 제정되면서 산모의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아닌 한 모든 낙태가 불법이 됐다. 이후 네덜란드 여성들은, 1960년대 자유ㆍ인권 페미니즘 운동이 본격화하기 전까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낙태 불법국가 여성들이 현재 겪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불법 시술에 따른 의료상의 위험과 윤리적 낙인 등 고통을 겪어야 했다.

네덜란드는 법보다 먼저 낙태의 권리를 현실화한 국가다. 언론인 피터 반 이튼(Peter van Eeten)과 신경학자 샤이크(C. Th. Van Schaik)는 1969년 안전한 낙태를 옹호하는 단체인 ‘스티메조(Stimezo)’와 ‘밀드레드 하우스(Mildred House)’란 이름의 클리닉을 동부 아른험(Arnhem)에 설립해 1971년 2월 27일 낙태 시술을 시작했다. 클리닉 지부는 설립 4년 만에 전국에 9개로 늘어났다. 그들의 의료 행위는 당연히 불법이었지만 여성들의 열광적인 지지 속에 의료진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고 오히려 낙태 합법화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불을 지폈다. 1981년 네덜란드 의회는 24주 이내 임신 중단을 합법화했다.

곰퍼츠의 일련의 활동은, 개별 여성의 당장의 긴박한 낙태 요구에 부응하는 것을 넘어, 그 기세를 세계로 확산하려는 시도이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로,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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