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세력교체 템포가 빨라지고 있다. 당내 친노세력의 중심 축이던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그룹이 속속 물러나고 있다. 대신 비주류 진영의 인사들이 당 운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27일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5일 간 진행된 변화다.
문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리던 3선 노영민(청주 흥덕을) 의원이 1일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문 전 대표의 복심으로 통하는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을 자진 반납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같은 날 선거기간 동안 당 살림을 맡을 총선기획단장에 정장선 전 의원, 총선정책공약단장에 이용섭 전 의원을 임명했다.
지금까지 당내 세력교체는 김 의원장과 당의 뜻이 합쳐진 결과다. 김 의원장은 외부 비판의 주요 대상인 ‘친노 패권주의’라는 더민주의 꼬리표를 떼고 변화된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당내에선 그런 김 위원장에게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분위기다.
노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고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당 윤리심판원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며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상임위원회 산하기관에 시집을 강매한 의혹으로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최 의원도 “문재인 대표께서 그랬던 것처럼 백의종군이 승리의 길이라 판단했다”며 “단결을 저해하는 작은 갈등 요소도 없어야 하고 온전히 새로운 지도부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며 선대위원 사퇴 이유를 밝혔다. ‘문 대표가 선대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게 당내 평가다.
4선의 신기남(서울 강서갑) 의원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의원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시험에 탈락한 아들을 구제하기 위해 해당 학교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3개월의 당원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한편, 이날 조직개편에서 선거실무 투 톱인 총선기획단장과 총선정책공약단장에 임명된 정장선, 이용섭 전 의원은 중도성향의 정책통으로 꼽힌다. 자유선진당 대변인 출신인 이용재 전 세종문화회관 관장과, 과거 안철수 의원을 도왔던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비대위원장은 정무특보로 선임됐다. 이목희 정책위의장과 손혜원 홍보위원장, 이윤석 조직본부장, 안규백 전략홍보본부장, 홍종학 디지털소통본부장은 유임 가능성이 높다. 예결위원장 직무대행에는 민생본부장을 지낸 정성호 의원이 임명됐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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