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의 향수 자극
아련한 통기타 선율에 맞춰
연애편지를 쓰듯 직접 작사
아이유의 4집 자신감
멜론 등 8개 음원 차트서 1위
5주에 걸쳐 나머지 곡 나눠 내
노란색 불 켜 놓고… ‘밤편지’ 나오기까지
가수 아이유(24)는 자신의 방에 올 초 노란색 불을 켜 놓고 노트북을 꺼냈다. 3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후배 가수 김제휘 등이 만든 데모(미완성)곡을 받고 난 뒤다. 아이유는 통기타 소리의 따뜻함에 빠져 연애편지 쓰듯 작사를 했다. ‘난 파도가 머물던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그대가 멀리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늘 그리워 그리워.’ 아이유는 아련한 곡 분위기에 맞춰 ‘연인을 그리워하는 밤’을 주제로 이야기를 입혔다. 지난 24일 발표돼 멜론 등 8개 음원 사이트에서 나흘째 차트 1위를 휩쓸고 있는 아이유의 신곡 ‘밤편지’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과정이다. 2015년 10월 낸 3집 ‘챗셔’ 이후 1년 5개월 만의 신곡 발표다.
도발 대신 추억… 1950~60년대로 떠난 아이유
김제휘 측에 따르면 아이유에게 곡을 들려준 건 지난 1월이다. 아이유와 그보다 세 살 어린 김제휘는 ‘음악 단짝’이다. 김제휘는 2014년 아이유가 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에 실린 ‘나의 옛날이야기’의 편곡을 시작으로, ‘마음’, ‘푸르던’, ‘안경’ 등의 곡을 함께 만들었다. 통기타 연주를 기반으로 아코디언(‘나의 옛날이야기’)이나 반도네온(‘푸르던’) 등 아날로그 악기로 아이유의 목소리가 지닌 서정성을 부각하는 작업들이었다. 청년 둘이 예스러운 감성에 천착해 기성세대의 추억을 건드려 빛을 본 창작 방식이 특이하다. 아이유는 ‘밤편지’로 1980년대를 추억한 ‘꽃갈피’ 보다 더 먼 시간 여행을 떠난다. 그는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라며 1950~60년대에 있을 법한 수줍은 사랑의 풍경을 노래한다. 2010년대 ‘국민 여동생’의 입에서 ‘반딧불’이라니. “아리다”(김이나 작사가)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아이유의 먹먹한 노랫말이 곡의 여운을 돋운다. ‘밤편지’를 통한 과거로의 여행은 뮤직비디오로도 이어진다. 릴 테이프 녹음기가 놓인 고풍스러운 가옥의 한 방에서 아이유는 마이크를 잡고 연인을 그린다. “‘작은 방에서 노래하고 싶다’는 아이유의 의중”(이래경 뮤직비디오 감독)에서 비롯된 장면이라고 한다.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속 어린 제제를 성적으로 대상화했다는 비판을 받은 ‘제제’(2015) 같은 도발은 없다. 아이유는 다시 순수함과 추억을 내세웠고, 전략은 통했다. “아이유는 장범준과 함께 음악으로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보기 드문 20대 가수란 확고한 이미지를 심어준 덕”(김윤하 음악평론가)이 크다.
오혁과 듀엣곡 내달 발표… 5주에 걸쳐 4집 나눠내
아이유는 4집을 5주에 걸쳐 세 번에 나눠낸다. ‘밤편지’에 이어 또 다른 노래를 내달 7일에 먼저 낸 뒤, 나머지 곡을 같은 달 21일에 공개한다. 새 앨범을 쪼개서 내 곡의 반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네 번에 걸쳐 앨범 ‘메이드’ 수록곡을 공개한 그룹 빅뱅을 제외하면 여가수 중에선 첫 시도다. 먼저 공개한 곡들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뒤이어 낼 앨범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위험 부담이 크다. “아이유가 팬덤이 약한 여성 솔로 가수로서 ‘앨범 쪼개 내기’를 택한 건 음원 성적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김상화 음악평론가)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아이유는 장르 차별화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는 밴드 혁오 멤버인 오혁과 함께 부른 듀엣 곡을 두 번째로 공개한다. “‘밤편지’와는 전혀 다른 감성의 곡”이라는 게 아이유의 설명. 아이유 측은 “새 앨범의 주요 콘셉트가 어쿠스틱 포크는 아니다”며 아이유의 새로운 음악 도전을 암시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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