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전국 고등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잠복결핵검진(IGRA)을 둘러싸고 괴담이 빠르게 퍼지고 있어 정부가 진땀을 빼고 있다.
최근 일부 의료인 등이 잠복결핵은 실제 결핵으로 이어질 확률이 10%에 불과한데, 간 기능 손상(간독성)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치료약을 학생 수천~수만명에게 장기간 투약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비판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서울 지역 보육교사 A씨는 “고1 학생 300명 중 약 100명이 검진에 참여 의사를 밝혔는데, 그 중 10여명이 주말에 온라인에서 비판글을 읽은 뒤 신청을 취소하겠다고 찾아왔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나친 괴담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과거 치료제(이소니아지드ㆍ리판핀 등)는 중증 간독성 발생 확률이 0.1% 였지만 이번에 사용할 신약(리파펜틴)은 이 확률이 훨씬 낮고 복용량도 적다”면서 “잠복결핵 진단을 받더라도 부작용이 우려되면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고교의 결핵발생 비율이 높아 검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3년(2013~2015년)간 한번이라도 결핵 환자가 발생한 고등학교는 1,093곳으로 전체의 48%에 달한다. 이에 복지부와 교육부는 내달 중순부터 전국 고1 학생 52만명 가운데 희망자를 대상으로 잠복결핵 검진을 실시한다. 결핵 발병률은 10~14세는 10만명당 4.2명에 그치다가, 15~19세부터 23.5명으로 크게 늘어나 고1 학생이 대상으로 낙점됐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돼 있지만 발병은 하지 않은 상태로, 결핵과 달리 증상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전염 되지 않는다. 그러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병한다. 결핵 환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잠복결핵부터 줄어야 하며, 과거 일본 등도 고교생 상대 전수 검진을 통해 결핵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결핵 발생률(10만명당 80명)과 사망률(10만명당 5.2명)이 압도적 1위이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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