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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서 해고된 ‘차별주의’ 극우세력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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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서 해고된 ‘차별주의’ 극우세력 품으로

입력
2017.08.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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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적 주장 ‘선언문’ 공개했던

개발자 데모어 “부당해고” 소송에

‘표현의 자유’ 무기로 보수층 결집

구글 회사 내 모습. 구글 제공
구글 회사 내 모습. 구글 제공

“데모어는 정직하고 이성적이면서도 예의 바르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 죄밖에 없다. 그를 제자리에 돌려놔라!”

구글이 성차별적 주장이 담긴 문서를 게재한 이유로 제임스 데모어라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해고한 직후, 미국 보수 성향의 크라우드펀딩 웹사이트 ‘위서처’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데모어가 구글이 부당 해고를 했다며 소송 계획을 밝히자 위서처 직원들이 직접 그의 소송과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모금을 시작한 것. 1년간 6만달러 조성이 목표지만 이틀만에 500명 이상이 참여하면서 9일(현지시간) 기준 모금액은 3만1,755달러로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이처럼 데모어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익명의 누리꾼들이 위서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 온라인 극우층인 알트라이트(Alt-right) 세력은 또다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헤이트리온’, 트위터 형식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갭’ 등 보수 성향 온라인 플랫폼에 집결해 데모어의 해고를 “진보 진영의 다양성 억압”이라고 주장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데모어가 파면되면서 정보기술(IT)업계의 젠더 격차 논쟁이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알트라이트에게는 새로운 전쟁의 포문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데모어에 대한 구글의 조치는 알트라이트 세력에게 “손도 안대고 따 먹을 수 있는” 열매가 됐다. 데모어는 앞서 6일 사내 네트워크에 구글의 남녀 고용 평등 정책을 비난하는 10쪽 분량 ‘선언문’을 올렸다. 그는 구글이 직원들에게 성별ㆍ인종적 다양성과 관련해 편향된 입장을 강요한다는 식의 논리를 펼쳤는데, 이중 “남성이 생물학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한 업무를 더 잘 견디기 때문에 기술 분야와 리더십 분야에서 남녀간 평등한 고용은 불가능하다”는 등 성차별적 주장이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구글은 다음날 사내 ‘행동강령’ 위반을 이유로 그를 해고했고, 알트라이트 진영은 이러한 조치가 진보 진영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또다른 예라고 강변하고 있다.

성차별적 발언을 이유로 구글에 해고 당한 제임스 데모어(왼쪽)가 8일 미국 알트라이트(온라인 극우 세력) 유튜버 스테판 몰리뉴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몰리뉴는 유튜브에서만 65만4,000여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유튜브 캡처
성차별적 발언을 이유로 구글에 해고 당한 제임스 데모어(왼쪽)가 8일 미국 알트라이트(온라인 극우 세력) 유튜버 스테판 몰리뉴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몰리뉴는 유튜브에서만 65만4,000여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유튜브 캡처

극우 온라인이 거점인 알트라이트는 중도 진영과 학계로까지 외연을 확장해가며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 표현의 자유 옹호 단체인 ‘인덱스 온 센서십’ 조디 긴스버그 대표는 “기업 구성원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 당하는 것은 잘못 됐다”며 “(데모어의) 의견을 드러내놓고 토론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구글을 비판했다. 데모어는 첫 인터뷰어로 알트라이트 계열의 유튜버 스테판 몰리뉴와 조던 피터슨을 택해 이들에 대한 암묵적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알트라이트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글의 결정을 옹호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여론을 뒤엎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데모어가 남녀 차이를 강조하기 위해 선언문에서 인용한 학자 중 한 명인 미국 일리노이주 피오리아 브래들리대의 데이비드 슈미트(심리학) 교수는 “남녀의 정서적 성향에 있어 생물학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된 사실”이라면서도 “이 차이와 업무적 능력 간 연관성은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성별을 이용해 (남녀) 집단 전체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도끼로 외과수술을 하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데모어의 요구가 노동조건 개선이 아닌 이상 그가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미 CNBC방송은 설명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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