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애니칼럼] 이름은 알지만 얼굴은 몰라…그 이름은 승냥이
알림

[애니칼럼] 이름은 알지만 얼굴은 몰라…그 이름은 승냥이

입력
2017.12.13 14:00
0 0
'승냥이'라는 이름은 유명하지만, 생김새는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중국 하얼빈 동물원
'승냥이'라는 이름은 유명하지만, 생김새는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중국 하얼빈 동물원

한반도에 서식한 야생개과 동물 중 마지막으로 남은 녀석이 바로 승냥이입니다. 따오기나 뜸부기처럼 노래에서도 많이 등장해 이름은 널리 알려졌지만 그 모습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동물들이 있지요. 승냥이도 그렇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자주 등장하는 시랑(승냥이와 늑대무리)이라는 표현은 대표적인 승냥이에 대한 어감이 나타난 단어입니다. 불교의 지옥은 그 종류가 많은데 그 중 ‘시랑지옥’도 있지요. 승냥이와 이리가 사는 지옥으로서, 그들이 죄수들을 공격하는 곳인 셈입니다. 그렇게 긍정적이지 않은, 하지만 우리가 거의 알지 못하는 승냥이에 대한 소개입니다.

승냥이, 너의 이름은

승냥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생김새다. 중국 하얼빈 동물원
승냥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생김새다. 중국 하얼빈 동물원

승냥이의 학명은 ‘Cuon alpinus’ 입니다. Cuon은 그리스어로 개를 의미하고 alpinus는 라틴어로 산을 나타냅니다. 즉 승냥이의 학명은 산에서는 개라는 뜻입니다. 영어 이름은 ‘asian dhole, asian wild dog’ 이고, 한자로 시(豺) 또는 붉은 이리(赤狼)라고도 했죠.

승냥이의 무게는 12~20㎏ 정도이며 몸길이는 1m 내외, 꼬리길이는 40~50㎝ 정도로 중형견과 그 크기가 비슷합니다. 인도 아종에 비해서는 극동 아종이 좀 더 큰 편이고, 인도 아종은 털 길이도 짧습니다. 생김새는 큰 개하고 비슷하지만 주둥이가 늑대에 비해 뭉툭합니다. 꼬리털은 상당히 길고 특히 털 색이 검다는 게 특징이죠. 몸 색은 붉은색으로 윗면은 덮이되, 주둥이 아래와 배는 하얀 털입니다. 사실 언뜻 보면 우리 주변의 개와 참 많이 닮은 동물입니다.

승냥이는 사회성이 높은 동물로서 흔히 5~10마리로 집단을 형성하며 경우에 따라 30마리가 모여 사는 집단도 보고된 적 있다고 합니다. 여러 마리의 어미들이 같이 지내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점에서 늑대 무리와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집단이 커지면 더 큰 사냥감을 사냥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거니와 같은 서식지 내에 살아가는 더 큰 포식자인 호랑이나 표범에게도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바로 아프리카의 사자와 하이에나의 관계처럼 아시아권에서는 호랑이와 승냥이가 있는 것입니다.

먹이는 과일에서부터 사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이를 먹지만 특히 서식지 내에 존재하는 초식동물을 주로 사냥합니다. 인도의 연구에서는 31~175㎏에 이르는 사슴들을 사냥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서식지와 먹이 환경에 따라 집단의 크기를 다르게 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사냥할 수 있는 동물의 크기도 유연하게 변하는 것입니다.

어디로 간 걸까, 대표적인 ‘사라져가는 개과동물’

승냥이의 역사적 분포도와 현재 서식지를 나타낸 지도를 보면, 범위가 확연히 줄었음을 알 수 있다. 톰 비에른스타(Tom Bjornstad)
승냥이의 역사적 분포도와 현재 서식지를 나타낸 지도를 보면, 범위가 확연히 줄었음을 알 수 있다. 톰 비에른스타(Tom Bjornstad)

원 분포지는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전체에 널리 분포하던 종이었지만, 지금은 그 서식지가 매우 줄어들어 인도와 자바섬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앙아시아 일부에만 한정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간수성과 서장, 운난성에서도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죠. 과거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는 포획기록은 일제 강점기인 1917년 야마모토 다다사부로의 사냥원정 중에 제4반에서 승냥이 한 마리를 포획한 바 있으며 함경남도 고원군 신흥산(1917), 함경북도 웅기군, 황해도 곡산 대각산, 경기도 연천(원홍구, 1968)에서 포획된 바 있습니다. 현재는 중국 북동부에서도 거의 사라져가고 있고, 극동 러시아에서도 1970년대 이후 목격담이 거의 사라진 상태입니다.

승냥이의 개체 수가 줄어든 이유로는 과거 가축피해를 막고자 한 학살이 있으며, 모피를 얻기 위한 사냥도 일부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인도에서는 로드킬도 점점 중요한 개체군 감소의 위협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자세히 연구하기 전에 사라져버린 동물인지라 잘 알려진 바 없습니다. 하지만 잠재적으로 조선 말부터 새롭게 출현한 늑대와의 경합에 의해 밀렸을 가능성과 더불어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집중적으로 파괴된 산림환경에 의해 사라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승냥이는 우리나라에서 법률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동물은 아닙니다. 그러나 승냥이가 우리나라에 서식했었고, 동북아 전체에서도 대표적인 ‘사라져가는 개과동물’이라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  동그람이 페이스북  바로가기

▶  동그람이 포스트  바로가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