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전통시장 꼭 가는 이유
지역 여론 움직여 표 확산 역할도
정치인들이 선거철마다 빼먹지 않고 재래시장과 상가를 찾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자영업 표심을 알면 선거 결과가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들이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내 자영업자 수는 약 600만 명으로, 무급 가족 종사자 120만 명까지 포함하면 전체 취업자의 25% 가량을 차지한다. 미국(6%), 일본(11%)보다 몇 배나 높은 비율이다. 가족까지 포함해 계산하면 대략 2,000만의 ‘민심’으로 비약해 평가할 수도 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집단인 셈이다.
게다가 자영업자들은 지역사회 내 여론을 움직이고 표를 확산하는 창구 역할도 한다. 이들은 경제 상황이 좋으면 정부를 지지하고, 경기가 나쁘면 빠르게 지지를 거두는 경향을 보인다. 변화된 정치적 견해는 식당과 약국, 택시 등에서 만난 손님들에게 전파된다. 막강한 파급력 탓에 정치권은 자영업자들을 여론을 움직이는 거대 계층으로 인식한다
‘자영업의 정치학’은 역대 대선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돼있다. 이들 표심을 장악한 후보가 당선의 영광을 누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한국선거학회와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대선후 실시한 조사자료 등에 따르면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자영업자 득표율에서 51.6%를 기록해 45.1%를 득표한 이회창 후보를 6.5%p 앞섰다. 다음 대선에서도 자영업자들은 경제를 살리겠다는 후보에 기대심리를 담아 몰표를 던졌다. ‘경제대통령’을 내건 이명박 후보의 자영업자 득표율은 62.5%였고 정동영 후보는 20.3%에 그쳤다. 박근혜 후보가 3.6%p의 근소한 차이로 당선된 18대 대선 역시 자영업자 득표는 20%p까지 벌어졌다.
문 대통령 또한 자영업자들의 공개 지지에 힘입어 당선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로 자영업자들의 지지도가 급속도로 빠지는 추세다. 한국갤럽 정례조사에서 자영업계층의 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지지율은 8월 5주차 조사에서 부정 평가(52%)가 긍정평가(42%)를 크게 앞섰다. 8월 3주차 조사에서 긍정(52%)이 부정(40%)을 크게 앞서다 8월 4주차에서 부정(45%)이 긍정(44%)을 앞지른 이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자영업자들은 정권 초기 1년은 참고 기다려주지만, 2년 차부터는 경제 성과를 냉정히 판단해 투표에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04년 참여정부 시절을 연상케 하는 자영업자들의 ‘솥뚜껑 시위’가 최근 재등장했다”며 “이들이 등돌리면 수천만 표가 요동치기 때문에 여야가 앞다퉈 지원정책을 내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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