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갑질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퇴사한 직원을 불러다 폭행을 하고 촬영지시를 한 것도 모자라 회사 워크숍에 가서는 직원들에게 살아 있는 닭을 석궁과 일본도로 죽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물학대 혐의까지 받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양 회장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앞서 부산 일가족 살인 사건 용의자도 경찰 조사에서 동물을 학대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동물학대와 인간에 대한 폭력간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는 찾기 어렵지 않다.
먼저 어디까지를 동물학대로 볼 수 있을까. 클리프턴 P. 플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업스테이트 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저서 ‘동물학대의 사회학’에서 동물학대를 ‘동물에게 의도적으로 불필요한 고통 또는 죽음을 야기하는,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이 정의대로라면 공장식축산, 동물실험, 사냥 등이 학대에서 제외되는데 이것들이야 말로 동물에게 크게 해가 된다며 나중에는 불가피하다고 여겨지는 것도 학대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결론 내린다.) 국내 동물보호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제2조에는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로 정의하면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동물실험 등은 제외시키고 있다. 사실 좁은 범위의 동물학대 정의가 적용되면서 한국에선 개를 때려 잡아 먹는 행위도 동물학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개 식용이 관습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동물학대가 사람에 대한 폭력성으로 드러나는 것을 뒷받침하는 해외 연구 결과들은 많다. 플린 교수가 과거의 연구 결과들을 요약한 바에 따르면 동물을 학대한 적이 있는 사람이 반사회적 행동을 더 많이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고, 폭력범죄 수형자 가운데는 어린 시절 떠돌이 동물을 죽이거나 고통을 주는 학대를 저지른 경험이 있는 경우가 비폭력범죄 수형자보다 많았다. 하지만 이는 현재에서 과거를 돌아보면서 조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동물학대자가 사람에 대한 범죄자가 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동물학대가 사람에 대한 범죄로 이어진다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생명을 경시하고, 안하무인적인 태도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맞다”고 말했다. 또 최근 동물학대 범죄 증가에 대해 우리나라가 개식용이 허용되는 등 동물학대와 동물보호가 양립하는 특수한 문화권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동물학대를 살인사건과 같은 중범죄로 분류하고 있고, 50개 주 전 지역에서 동물학대를 중범죄로 처벌하는 게 가능한 반면, 아직 한국은 동물학대 범죄에 대해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극히 드문 상황이다.
동물학대는 그동안 인간에 대한 폭력과 연관된다는 점 때문에 관심을 받아왔고, 연구되어 왔다. 인간에 대한 폭력의 예측변수 중 하나로만 받아들여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플린 교수는 동물학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다른 생명을 대상으로 폭력을 저질렀기 때문이지 그들이 더 나쁜 행동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동물학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한 가치가 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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