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국립공원 면적의 95%를 제주조릿대가 점령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제주조릿대를 베어내고 말을 방목해 먹게 했더니 식물종들이 다시 다양해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적극적인 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19일 한라수목원 생태학습관에서 ‘2018년 한라산 제주조릿대 관리방안 연구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용역은 지난 5월 초에 착수해 11월 말까지 7개월간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에 의해 진행됐으며, 한라산 해발 400m 이상 지역에 대한 제주조릿대 면적 산출과 제주조릿대 관리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추진한 벌채와 말 방목에 따른 제주조릿대의 생육특성,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제주 고유 재래종인 제주조릿대는 최고 1.5m까지 자라고 번식력이 매우 강해 주변에 다른 식물들이 뿌리를 내릴 수가 없어 말라 죽게 된다.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한라산국립공원 153.40㎢ 중 146.13㎢(95.3%)에 제주조릿대가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한라산 고지대인 해발 1,400m 이상인 아고산 지역(21.54㎢)은 88.3%(19.03㎢)나 제주조릿대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해발 400m 이상 지역(442.31㎢)에서도 제주조릿대 분포 면적이 78.5%(347.20㎢)에 달했다. 한라산 백록담 분화구 및 암반지역, 습지, 인공시설물 구역, 계곡, 오름 정상부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제주조릿대가 한라산을 점령한 셈이다.
반면 용역팀이 한라산 제주조릿대 분포 지역에 벌채와 말 방목을 진행한 결과 생태계 변화가 뚜렷했다. 지난 2년간 벌채 및 말 방목을 진행한 결과 제주조릿대 밀도는 42% 감소, 줄기길이는 68% 감소, 출현종수는 27% 증가됐다. 산철쭉, 털진달래 등 관목류들은 생육이 회복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올해 벌채가 진행된 장구목 지역인 경우 관목 생육상태 우량 비중이 2016년 6%, 2017년 19%, 2018년 30%로 크게 늘어났다. 반면 보통 비중은 2016년 53%에서 2018년 35%로, 불량 비중은 39%에서 32%로 각각 줄었다. 또 손바닥난초 등 희귀식물이 발견됐고, 제주달구지풀 등 식물개체수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번 용역에서는 한라산 탐방객과 제주도민 700명을 대상으로 제주조릿대에 대한 인식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주조릿대에 대해 ‘전혀 모름’(37%)과 ‘생태계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 모름’(20%) 등으로 응답해 절반 이상이 제주조릿대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용해 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제주의 재산인 한라산의 식물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도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며 “제주조릿대 인식증진 행사 확대와 도민들의 의견 수렴을 위한 지속적인 설문조사, 과학적인 관리방안 데이터를 바탕으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제주조릿대 관리방안이 마련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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