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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ㆍ연극ㆍ영화 쉴 틈 없지만 몸이 부서져라 해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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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ㆍ연극ㆍ영화 쉴 틈 없지만 몸이 부서져라 해보려”

입력
2018.11.30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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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강신일 연극 2편 잇따라 

배우 강신일은 1970년대 서울 동숭동 동숭교회에서 연극을 시작했다. 소외지역과 소외계층을 찾아 다니며 연극을 하던 그는 극단 연우무대에 들어가며 "평생 연극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연말에는 국립극단 '록앤롤', 내년 초에는 '레드'로 연극 무대에 선다. 류효진 기자
배우 강신일은 1970년대 서울 동숭동 동숭교회에서 연극을 시작했다. 소외지역과 소외계층을 찾아 다니며 연극을 하던 그는 극단 연우무대에 들어가며 "평생 연극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올해 연말에는 국립극단 '록앤롤', 내년 초에는 '레드'로 연극 무대에 선다. 류효진 기자

이달 초 열린 충남 논산시 ‘선샤인랜드’ 개장식. tvN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장을 관광지로 개발한 ‘선샤인랜드’의 출범을 알리는 이 행사에서 묵직한 목소리로 가수 김광석의 노래 ‘꽃’을 부른 이가 있었다. 배우 강신일(58)이었다. 가야금과 거문고, 해금의 선율이 그의 목소리와 어우러졌다. 강신일은 ‘미스터 션샤인’에서 고종의 최측근인 대신 이정문을 연기한 인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노래 사이에는 “배우가 가진 강점을 살려”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황지우의 시 ‘화엄 광주’ 중 일부를 낭송했다. 행사에서 받은 돈은 국악기를 연주해 준 밴드 인피니티오브사운드에 전달했다. 강신일이 “연극 연습 빼먹고 갔다”며 들려 준 이 장면은 마치 그의 삶을 묘사하고 있는 듯했다. 배우로서 자부심을 잃지 않고, 정의를 고민하며, 주변에는 따뜻한 사람...

강신일은 ‘미스터 션샤인’을 비롯한 드라마 출연과 여러 영화 활동으로 대중과 더 가까워졌다.그래도 그는 “극장에서 무대 바닥만 쓸더라도 연극 작업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하다”고 말하는 천상 연극쟁이다. 29일 개막한 국립극단의 ‘록앤롤’, 내년 1월 막을 올리는 ‘레드’까지 그의 연말연초는 연극으로 채워진다. 연극 연습에 한창인 그를 지난 28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났다.

‘록앤롤’은 현대연극의 거장이라 불리는 극작가 톰 스토파드의 작품이다. 그룹 롤링 스톤스와 핑크 플로이드 등의 록음악과 체코 정치사를 절묘하게 배치해 자유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다. 강신일은 체코 출신의 영국 유학생인 얀의 스승이자 마르크스 사상을 신뢰하는 공산주의자 막스 역할을 맡았다. 체코의 공산당 독재 체제를 비폭력으로 무너뜨린 ‘벨벳혁명’이 작품의 배경이다. 강신일은 “우리가 군사 독재 시절 겪어야 했던 인권유린, 자유박탈이 체코의 공산당 독재 시절과 유사하고, 무혈혁명인 벨벳혁명은 최근 우리 시민들이 보여준 단합된 촛불혁명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젊게 생각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며 자신을 “고루한 사람”이라고 했다.

배우 강신일이 국립극단 '록앤롤'로 연극 무대에 선다. 국립극단 제공
배우 강신일이 국립극단 '록앤롤'로 연극 무대에 선다. 국립극단 제공

-공산주의 이상향을 믿는 막스를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받아 들였나.

“사실 배우와 캐릭터를 동일시하는 건 위험하다고 본다. 다만 자신이 옳았다고 믿었던 것들이 점점 구시대 유물처럼 남겨지는 모습을 보게 되는 막스를 안쓰럽게 생각한다. 역시 혁명은 젊은 사람들이 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연우무대에서 활동했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분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1980년대에 연우무대에서 ‘이 땅의 정서를 담고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를 우리 식으로 만들자’는 목표로 작품을 하다 보니 기존 체제와 현실을 풍자하는 작품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비주류, 비제도권에 속하게 됐다. 그 시절 마땅히 필요했던 작업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사실 난 부끄러운 사람이다. 남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는 성격이나 능력이 안 된다.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는 후배 연극인들의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고, 멋있다.”

-스케줄이 매우 바쁜 와중에도 연극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엔 막연히 연극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연우무대에 들어갔을 때, 스타를 꿈꾸거나 경제적 부를 얻겠다거나 하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최소한의 먹을 것, 입을 것이 충족되니까 평생 연극만 할 수 있으면 족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연극을 시작했을 때의 열정은 지금도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그때의 상황과 지금이 달라져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있다. 구태의연한지만, 무대에 서 있으면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년에는 연극 몇 편 정도 계획 중인가.

“연극을 1년에 한 편씩은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4월까지 촬영해야 하는 드라마도 있지만 한 가지 더 욕심 낸 건 저예산 영화다. 예전부터 독립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는데, 제안이 잘 안 들어왔다. 이미 얼굴이 알려진 배우이니 염려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 영화는 제작진이 내가 있으면 힘이 되겠다며 제안을 해줘서 감사하다. 낮에는 ‘레드’ 연습하고, 드라마 촬영하고, 저녁엔 ‘록앤롤’ 공연하고, 밤에 영화 촬영을 해야 할 것 같다. 이 한 몸 부서져라 해보려 한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 봄쯤 단독 콘서트를 해볼까도 한다. 한정림 음악감독이 ‘선생님 소리가 좋기 때문에 노래 할 수 있어요’라며 용기를 주고 본인 콘서트에 게스트로 불러줘서 노래를 시작하게 됐다. 시간 나면 혼자 피아노 치면서 소리도 꽥꽥 질러본다.”

그림 3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을 통해 주로 강직한 성품을 지닌 인물을 연기 해 온 배우 강신일은 "저를 강직한 사람으로 오해할까 봐 걱정된다"며 웃었다. 류효진 기자
그림 3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을 통해 주로 강직한 성품을 지닌 인물을 연기 해 온 배우 강신일은 "저를 강직한 사람으로 오해할까 봐 걱정된다"며 웃었다. 류효진 기자

-‘록앤롤’의 김재엽 연출가가 훨씬 후배다. 연출가가 배우의 눈치를 보진 않나.

“재엽이는 그런 거 신경 안 쓴다. 그리고 배우는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캐릭터가 어떤 위치인지 당당하게 얘기해야 된다고 본다. 배우와 연출가뿐만 아니라 배우들 간에도 마찬가지다. 나는 수평적인 사회를 지향하는 사람이다.”

-충직하고 강직한 역할을 주로 했는데, 아직 해 보고 싶은 배역이 남아 있나.

“햄릿을 못해 봤다. 햄릿을 꼭 20대 젊은 친구들이 해야 하나 생각도 해본다. 인식의 변화, 틀을 깨는 게 예술이 가진 장점 아니겠나? 충직한 이미지로 보여지는 게 배우로서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 나를 강직한 사람으로 오해할까 봐서다(웃음). 믿지 않겠지만 사실 내가 코미디 배우다. 연극에서는 종종 해봤는데,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기회가 없었다. 반대되는 역할도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 하는 생각은 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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