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ced From Home’은 ‘국경 없는 의사회(MSF)’가 2016년부터 미국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벌이는 체험전시 제목이다. 어떻게 난민이 되고, 그들이 어떤 이들이며, 어떤 일들을 겪는지 최소한이라도 경험을 통해 알게 하자는 취지의 행사다. 참가자는 280평 남짓의 가설 공간 안에서, 난민들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정과 이동 상황, 법률적 지위, 의료 등 기본적인 필요, 난민촌의 삶 등을 경로별 사진과 가상체험 비디오 등을 통해 볼 수 있고, 국경 없는 의사회 관계자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그 행사를 이끌고 있는 국경 없는 의사회 소속 아메드 압달라자그(Ahmed Abdalrazag)는 이라크 난민 출신 외과 의사다. 그는 1998년 고향을 떠나기 전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애원하던 말을 기억하고 있다. “내 아이들이 무기를 들지 않기를, 저 괴물들에게 훈련받지 않기를 바라요. 매일 밤 (공습을 피해) 숨는 것도 이제 지쳤어요.” 일가는 요르단을 거쳐, 이집트로, 리비아로, 그리고 2011년 리비아사태를 피해 다시 튀니지로 이주했다. 그는 리비아에 머물던 약 10년 사이 운 좋게 의과대학을 다녀 의사가 됐고, 유엔의 튀니지 슈샤(Shousha) 난민캠프에서 현지 봉사활동 중이던 국경 없는 의사회를 찾아가 스스로 활동가가 됐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6,800만여 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고, 그들 모두 기회만 주어진다면, 예술가나 운동선수, 댄서, 의사, 철학자가 될 수 있는, 각자 야심과 꿈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다만 자신은 행운아여서 그들에겐 없는 새 삶의 기회를 얻었고 이제 그들을 대표해 대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일가는 2014년 미국에 정착했다.
저 행사는 모금을 겸한 행사다. 국경 없는 의사회는 2017년 말 현재 세계 29개 도시에 사무소를 두고, 지난해 16억1,400만유로를 쓴 국제의료봉사단체다. 막대한 예산의 대부분이 개인 기부로 충당된다. 지난해 총 수입은 15억3,200만유로. 그중 96%가 개인 후원자 630만 명이 냈다. 오늘은 국경 없는 의사회 출범 기념일(1971년 12월 20일)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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