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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혁신 성장’ㆍ’환자 안전’ 두 마리 토끼 다 잡아야

입력
2019.01.07 20: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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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성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원장

여성 유방 혹(종양)을 진공흡입주사기로 제거하는 시술(진공흡입술)이 있다. 악성 여부를 가리는 진단 목적이라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종양을 떼내려면 불법 의료행위(임의비급여)여서 진료비를 받을 수 없다. 진공흡입술을 시행하면 종양이 남을 수 있기에 효과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단결과 양성종양이라면 그냥 둘지 여부는 환자가 선택해야 한다. 종양을 제거하려는 환자는 수술 흉터가 고민이다. 한두 번 더 주사기로 종양을 제거해도 좋으니 흉터가 남지 않기를 바라면 보험이 되지 않는 불법 치료이지만 받기를 원한다.

앞의 사례 외에도 임의비급여 시술은 기술평가를 받지 않은 고가의 항암제를 의료기관이 임의로 사용하는 등 다양하다. 임의로 하다 보니 시술 목적ㆍ방법 등 세부 표준지침이 부실하거나 아예 없고, 진료결과를 비교ㆍ검증하지도 않는다. 진공흡입술의 경우 진료비가 10배까지 차이가 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우리나라 진료비 지불제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행위별 수가제도에서는 시술행위마다 등록하고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 진공흡입술의 경우 진단용으로만 보험에 등재돼 있다. 의사 입장에서는 시간과 노력이 더 드는 치료를 해놓고 가격이 낮은 진단용으로 비용을 받을 수 없어 치료비를 임의로 더 받아왔다.

치료용 기술로 등록을 하지 않은 데는 의료계와 보험당국 모두 책임이 있다. 환자나 일반인 입장에서 보면 어떤 형태로든지 치료기술 효과와 비용을 판단해 진료 현장의 문제를 전문가들이 해결해야 할 일이다.

관계 전문가 중 누가 해결해야 할까? 시술에 사용되는 의료기기를 만든 회사가? 시술을 하는 의사ㆍ병원이? 보험급여 여부를 평가할 보험단체가? 간단하지 않다. 법으로는 신의료기술 평가를 정부(한국보건의료연구원)가 하되, 단계별로 기관 역할을 나눠 놓고 있다.

의료기기(물리적 성격) 신청을 통한 인ㆍ허가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기술 평가의 보험급여 판단은 보험자단체(건강보험심사평가원)가, 평가 의료기술(시술행위) 신청은 의료기기 회사나 의료기관에서 각각 맡고 있다.

정부가 모든 신의료기술을 평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행위별 수가제를 택하고 있는 현 제도에서는 시술 행위를 모두 표준화하고, 등록(행위코드)해야 한다. 기술 혁신과 진화로 새로운 기술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동일 기술이라도 진단인지 치료 목적인지 등 시술법에 따라 다른 행위로 구분하는 현 체계로서는 어느 세월에 이를 모두 충족할까? 의료기술평가에서 책임기관의 거버넌스 확립은 물론 대상 기술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우리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은 세계적이다. 이 말은 우리나라 병ㆍ의원 진료자료로 의료기술 효과 평가는 물론 보험급여 여부를 정하는 지침을 만들 수 있으며 이를 세계에 전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의료서비스 기술평가에서 4차산업혁명을 우리나라가 이끌 수 있다는 말이다. 이미 다양한 국내 임상연구 결과가 세계적인 학술지에 채택ㆍ인용되고 있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식약처 인ㆍ허가를 받은 의료기술은 병원에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의료기관들이 기술평가 영역에서 세계적인 주도권을 잡으려면 ‘선(先)진입 후(後)평가의 플랫폼 인프라(Real World Evidence)’를 정부가 강력히 지원해야 한다. 이들 의료기술은 의약품ㆍ의료기기가 포함된 시술(수술행위 등)로 사용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모니터링을 통한 재평가로 플랫폼이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기존 기술은 신의료기술보다 효과가 떨어지거나 없던 부작용이 발견되거나, 시술 합병증 등이 장기 관찰 후에 생길 수 있다. 기술평가한 결과를 해당 학ㆍ협회나 진료현장에 알려줘 새로운 지침을 만들고, 의료인에게 피드백해 안전한 의료기술을 쓰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진입 규제 장벽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즉, 식약처(인ㆍ허가)ㆍ심평원(급여 등재 여부)이 쳐놓은 이삼중의 진입규제를 합리적으로 묶고, 진입 후 기술 모니터링과 재평가가 이뤄지도록 절차나 규정을 개선하거나 신설할 필요가 있다.

이영성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원장
이영성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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