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투자 60%가 베트남… 역풍 부를 수도” 비판
문재인 정부가 동남아 국가와의 전략적 유대를 강화하는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베트남 이외 국가에서는 이 정책이 베트남에 편중됐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방치할 경우, 베트남 대비 홀대를 받는다는 정서의 확산으로 반한 감정이 확산되고 동남아 지역에서의 일본이나 중국과의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아세안 외교가 핵심 소식통은 “한국의 관심이 베트남으로 쏠려도 너무 쏠리고 있다”면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동남아국 상당수가 중국, 일본에 쏠린 상황을 탈피하려고 한국과 손잡으려는 상황인데, 지금 같은 모습은 역풍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달 아세안축구연맹(AFF) 결승전 경기 이후 말레이시아에서는 한국과 현지 한국인들의 보인 일련의 행동에 대해 ‘배신감’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베트남이 말레이시아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는데, 박항서 변수 때문에 현지 한국인들마저 베트남을 일방적으로 응원한 것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쿠알라룸푸르 한국상공인연합회(코참) 관계자는 “현지 거래선에서 한국이 베트남을 너무 밀어주고 있다면서 ‘배신감을 느낀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과의 결승전에서 패한 것이 주원인이긴 했지만, 관광객 규모나 경제협력 등에서 한국이 베트남에 편중된 모습이 뚜렷해지면서 다른 아세안 회원국들이 불쾌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대한 한국의 투자는 2014년을 정점으로 이후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베트남 쏠림 현상은 뚜렷하다.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한국의 대 아세안 투자 3,312건 중 60%인 1,982건이 베트남으로 향했다. 24억7,000만달러가 베트남으로 투자됐는데, 이는 전체 아세안 투자금액의 53%에 해당한다. 인적 교류에서도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 1,207만명 중 한국인은 348만명을 차지했다. 지난해(241만명) 대비 44% 증가한 것으로, 아세안 10개국 전체 방문객 수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특정 국가와 교류하고 지원을 하더라도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번순 고려대 경제통계학부 교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한국ㆍ아세안 전체 교역에서 베트남 비중이 48%에 달했다”며 “다른 아세안 국가들과도 협력 분야를 발굴하고 확대하는 등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세안 싱크탱크인 동아시아ㆍ동남아경제연구소(ERIA)의 히데토시 니시무라(67) 소장은 “일본은 동남아와의 유대를 강화하려고 양측의 DNA 유사성까지 들어가며 동남아 국가들을 끌어 안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영채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는 “한국이 중국, 일본에 비해 객관적으로 소국인데도 아세안국가들은 한국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있다”며 “베트남에서 일고 있는 ‘한국 붐’을 아세안의 다른 나라에서도 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ㆍ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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