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법 위반 고발당한 한국당 29명, 노골적 폭력 없었어도 유죄 의견 많아
한국당 “선택 여지없는 저항권 행사”… 기소 범위ㆍ형량 정치적 타협 가능성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등이 국회선진화법 위반 등으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무더기 고발하면서 향후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이 주목된다. 1ㆍ2차에 걸쳐 지금까지 고발당한 한국당 의원은 모두 29명이다. 민주당 등이 공언하는 대로 추가고발이 이뤄진다면 그 수는 40여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 이상,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이들 의원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각각 5년간, 10년간 선출직 공무원에 나갈 수 없도록 피선거권을 제한받는다. 이 때문에 무더기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자유한국당의 내년 4ㆍ15총선 공천은 ‘여의도’가 아니라 법원ㆍ검찰이 있는 ‘서초동’이 좌우할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2012년 당시 새누리당 주도로 만들어진 국회선진화법의 묘한 운명이다.
법조계에선 일단 기소가 되면 유죄 가능성은 높다는 의견이 다수다. 국회선진화법은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력을 행사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해뒀다. 치고 받고 때리는 등 아주 노골적인 폭력행위 같은 게 없어도 처벌 가능하다. 김남국 변호사는 “‘회의를 막을 목적’과 ‘회의장 부근’을 넓게 해석하면 의안 접수를 막기 위해 의사국 앞을 가로막은 것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측 변호를 맡은 석동현 변호사는 “여당의 독주에 제1야당이 물리적 저지를 한 것은 다른 선택 여지가 없는 저항권 행사이자 죄가 될 수 없는 정당행위”라 주장하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는 “정당행위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국회선진화법은 사문화될 것”이라 지적했다. 한국당 측이 “위법성 인식이 없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국회 충돌 당시 사무처 직원들이 물리력 행사가 불법이란 사실을 여러 차례 고지했기 때문에 이런 항변도 쉽게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기소만 되면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 결국 검찰이 몇 명이나 기소할 지가 관심사다. 한쪽에선 검찰이 거대 야당과 맞부딪히는 상황에 부담을 느껴 기소 범위를 좁게 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일각에선 정치적 타협이 성사된다면 일정 정도 반영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가령 민주당 등이 고발을 취하할 수 있다. 물론,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고발 취하로 수사가 중단되진 않는다. 하지만 양측 간 합의를 존중해 주동자 격인 대표적 의원 몇몇만 기소하고 나머지는 기소유예 정도로 마무리 지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하지만 민주당 등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검찰 입장도 있다.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 첫 적용사례라 법원의 판단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이 최대한 많이 기소할 것이란 의견이다.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검찰로서는 일단 기소하고 볼 것이란 관측도 있다. 형사사건에 밝은 한 변호사는 “워낙 많은 의원들이 고발당하는 바람에 검찰, 법원 양측 모두가 부담스럽겠지만 법 제정 취지로만 보면 피선거권 박탈 수준으로 강하게 처벌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접수된 고발 6건을 국회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에 보냈다. 국민적 관심사라는 점에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건 자체가 복잡한 건 아니기 때문에 빨리 진행할 경우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1심, 혹은 2심 판결까지도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 많다. 1심에서라도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 이상 형을 선고 받는다면, 공천 과정이 어그러질 수 밖에 없다. 당선돼도 배지를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한국당이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치적 탄압 주장을 펴며 투쟁을 선언할 경우, 1심 재판은커녕 기소조차도 어려울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 첫 적용사례인데다 피고발인이 많아 검찰이 법리검토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과거 국회 내 폭력 사건 전례를 보면, 2011년 11월 국회에서 최루탄을 투척했던 김선동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4개월 후인 2012년 3월 기소돼 2013년 2월 1심 선고, 2014년 1월 2심 선고, 그 해 6월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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