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이틀 사이에 55명이 사망했다. 주된 사망 원인은 질식사, 동료 재소자에게 목이 졸려 죽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25일과 26일(현지시간) 브라질 교도소 4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재소자들 간의 폭력 사태는 관리되지 못한 교정기관이 어디까지 추락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본래 목적인 교정을 포기하고 재소자 수용에만 급급했던 교도소는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지옥으로 변했다.
현지 당국은 이번 사태가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최대의 범죄조직인 ‘파밀리아 도 노트르’ 내부의 알력 다툼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내용, 규모 모두 충격적인 사건이지만, 불행히도 브라질에서는 ‘흔한 일상’이다. 지난 2017년에는 수 주에 걸쳐 두 범죄조직의 무력충돌이 발생해 교도소 내에서만 무려 12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브라질의 교도소는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높아지는 범죄율에 정부 역시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펼쳐 수감 인원은 늘고 있지만, 교정시설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까닭이다. 브라질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브라질 교정시설은 36만 8,000명의 재소자를 수용할 수 있었지만, 수감 인원은 72만 6,000여 명이었다.
평균 수용 능력의 두 배 가량 수감자들을 관리하다 보니 교도관들은 재소자를 통제하는 것에 급급하다. 교도관들은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재소자들을 폭력적으로 대하고 교도소 본래의 목적인 교정은 잊힌 지 오래다. 국제인권감시기구는 2019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전체 재소자의 15%만이 재사회화 교육을 받는다고 밝혔다.
재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 기술도 지식도 없는 재소자들이 석방 후 향할 곳은 불 보듯 뻔하다. 범죄조직에 가담했던 이들은 다시 조직으로 돌아간다. 가벼운 죄목으로 수감생활을 했던 이들 역시 수감생활 중 폭력에 길들여져 새로 조직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기존 조직원들은 악덕의 굴레를 끊지 못하고, 도리어 새 조직원이 늘어나 범죄율이 낮아질 수가 없다.
브라질에서는 이 사태가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한다. 클라우디오 라마치아 전 브라질 변호사협회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교도소 자리가 날 때까지 재소자들이 경찰차에 수감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라마치아 전 변협회장은 “현재 교도소는 비극이 발생하기만을 기다리는 시한폭탄”이라며 “신축 교도소를 건설하는 것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교도소가 본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는 시설·인력 보강은 물론 제도의 개선이 절실하다. 국제인권감시기구는 교도소에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가 최종 선고를 받은 범죄자와 함께 수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행법에 반하는 행위임은 물론 불필요하게 많은 사람이 교도소에 수용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한, 브라질 국가사법위원회는 모든 용의자가 체포 24시간 이내에 법원에서 구금 여부를 결정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부 도시를 제외하면 이는 지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연초에 취임한 자이르 보우소나르 브라질 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교도소 과포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연이은 대형 교도소 사망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신임 대통령이 어떻게 난제를 풀고 공약을 지켜 나갈지 주목된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홍윤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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