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경
인턴기자

백종호
디자이너

등록 : 2016.10.25 17:40
수정 : 2016.10.25 17:40

[카드뉴스] “제발 나를 고용하지 마세요”

등록 : 2016.10.25 17:40
수정 : 2016.10.2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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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동안 자기소개서 대신 입사거부서를 써 온 프랑스 청년이 화제입니다. 그는 불합리한 채용 조건을 비판하기 위해 입사거부서를 써왔습니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그가 던진 메시지는 좁은 취업문을 두드리기 위해 애쓰는 우리 청년들에게도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프랑스 청년 쥘리앵 프레비외의 이유있는 반항을 들어 봤습니다.

글·기획=최유경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

디자인=백종호 디자이너

면접관 "길 가다가 죽은 고양이를 봤습니다. 슬픔을 느낍니까?"

10여 년전, 미대를 갓 졸업한 프랑스 청년 쥘리앵 프레비외가 인턴사원 면접에서 받은 질문입니다.

쥘리앵 '도대체 죽은 고양이가 인턴 업무와 무슨 상관이지?'

지원자의 심리를 알기 위한 질문이었지만 쥘리앵에게는 황당하고 거슬린 질문이었죠.

또 다른 면접시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쥘리앵은 업무와 관계없는 질문들과 면접관들의 거만한 태도에 심기가 불편했습니다.

"면접관들의 질문과 태도 때문에 수치심과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복수심에 편지를 쓰기 시작했죠."

쥘리앵은 7년 동안 채용공고를 낸 회사 1,000여 곳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는 편지에 ‘제발 나를 고용하지 말아달라’고 썼습니다.

왜냐구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귀사는 구직자들에게 ‘성공적인 삶을 원한다면’ 이라는 문구 아래 입사 후 6~9개월간 법적 최저임금의 65%를 약속했습니다. 성공적인 삶과 박한 임금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듭니다.”(‘쥘리앵 프레비외가 보낸 입사거부서’ 중에서)

“귀사는 토, 일요일과 공휴일 주∙야간에 일할 생산직을 찾고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제약사에서 과로사하고 싶지 않네요. (‘쥘리앵 프레비외가 보낸 입사거부서’ 중에서)

“귀사에서 제안하신 일자리를 정중하게 거절합니다.”

“귀사가 제안한 환경에서는 도저히 일할 수 없습니다.

“부디 저를 채용하지 말아 주세요.”

“참 허무맹랑한 채용 조건이네요.”

쥘리앵은 자기소개서 형식을 빌려 낮은 임금이나 가혹한 노동 조건을 제시한 기업들을 거꾸로 조롱했습니다.

쥘리앵은 이렇게 쓴 입사거부서 수십 통과 회사 측 답장을 모아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은 프랑스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잘 전달한다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후 그의 입사거부서는 각국의 유명 전시장에 전시됐고 여러 상을 받았죠.

예술가로 인정받은 쥘리앵은 현재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쥘리앵이 우리나라에서 입사거부서를 작성했다면 어땠을까요?

“서울에 바퀴벌레가 몇 마리나 있을까?” 롯데백화점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2015 행정고시 면접

우리나라도 면접에서 순발력 평가를 이유로 황당한 질문을 합니다.

이념을 묻는 질문부터 외모나 학력을 비하하는 인신공격성 질문, 성차별적 질문도 더러 있죠.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입사거부서를 작성해 보내면 모든 기업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취업이 힘들어질 겁니다.

국가의 든든한 사회보장제도 속에서 10여 년간 직업 없이 생활한 쥘리앵과 달리 생존 압박 속에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질 낮은 일자리를 택하겠죠.

9%가 넘는 청년실업률에 시달리며 하루 평균 2.3개의 자기소개서를 쓰는 우리 청년들 입장에서는 쥘리앵의 용기 있는 반항과 성공이 부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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