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령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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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세월호의 꽃들은 어쩌나

누구나 그러했겠지만 나 역시 초조한 마음으로 탄핵선고를 지켜보았다. 오징어를 볶아 늦은 아침 식탁을 차린 채였지만 갓 지은 밥은 잘 넘어가지 않았다. 박근혜는 더 이상 대통령이 ...

2017.03.10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한 시절이 사라지고 그 다음 시절이

오스트리아였을 것이다. 여행 중에 나는 저녁 강변에서 서너 명의 한국인 여인들을 만났다. 50대 초반쯤으로 보였고 우리는 함께 카페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만나...

2017.03.09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기혼 반 미혼 반

기혼 반 미혼 반 그렇게 친구들끼리 모인 자리였다. 그때는 나도 미혼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입장에 대해 호의적인 편이라, 남편과 아이에게 시달리는 기혼 친구가 안쓰러워 보여도 “...

2017.03.09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장미꽃을 받아든 여자

1908년 3월 8일, 1만5,000명이 넘는 미국의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거리로 뛰어나왔다. 하루 12시간에서 18시간의 노동을 견디다 못한 여성 노동자들은 빵과 장미를 달라 ...

2017.03.07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양념게장

엄마는 요리를 맛깔 나게 하는 편은 아니다. 오래 먹어 익숙하고 정겨우니 따박따박 받아먹을 뿐이다. 엄마는 요즘 들어 생전 안 하던 음식을 만들곤 한다. 대표적인 게 전복장인데...

2017.03.06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예술을 할 테니 돈을 주세요

‘재능기부’라는 말에 넌더리를 내는 창작자들이 숱하다. ‘열정페이’라는 말만 들어도 울컥 화가 치미는 청년들도 많을 것이다. 의도가 좋은 일에는 재료비 안 드는 창작물쯤은 기꺼이...

2017.03.03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슬픈 노래들

오래도록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하는 건 가수 임희숙이 부른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이고, 공 굴리며 좋아했지, 노래하면 즐거웠지, 흰 분칠...

2017.02.27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청춘길일

그렇게 긴 화환 행렬을 처음 보았다. 도쿄 최대의 환락가인 가부키초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화환은 빽빽하게 몇 블록을 지나는 내내 꼬불꼬불 이어졌다. 이렇게까지 축하해야 할 일이 ...

2017.02.26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냉장고 청소

엄마는 이른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왔다. “냉장고 다 비워 놔라. 아무 것도 남기지 말고 홀랑 다.” 나는 꾸물꾸물 일어나 냉장고 청소를 했다. 엄마가 우리 집에 오는 날이기 때문...

2017.02.24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헨젤과 그레텔

친구는 가방 속에 조약돌을 잔뜩 넣고 있었다. 유리 화병 안에 넣을 장식용 돌이었다. 회사로 배달된 조약돌을 집으로 가져오는 길에 몇 번이나 길에 한 알씩 한 알씩 버리고 싶었...

2017.02.23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사랑을 고백하는 방법

양을 한 마리 그렸다. 쫑긋하고 가는 귀를 그리고 통통하고 짧은 다리, 까만 눈을 그렸다. 온몸을 꼬불꼬불한 털로 덮는 일은 조금 어려웠다. 양의 꼬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떠오...

2017.02.22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빌려 쓰는 세상

베를린의 조용한 동네, 아이슬레베네 슈트라쎄에 있는 아파트를 빌린 적이 있다. 유학생 부부가 쓰던 집이었다. 그들은 침실 하나에 자신의 짐을 몰아넣고 나머지 공간을 모두 쓰라고...

2017.02.21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이삿날

친구가 아파트 옆 동으로 이사를 왔다. 종종종 뛰어가 보니 아주머니 두 분이 부엌 짐을 챙겨 넣고 있었고 아저씨들은 사다리차에서 짐을 내리느라 바쁘다.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

2017.02.20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크레파스

파란색 대문집에 살던 때니까 나는 여섯 살이 넘지 않았을 것이다. 다섯 식구가 안방에 이불을 깔고 오종종 모여 자던 시절이었다. 나는 잠든 가족들을 다시 한 번 살피고는 가만가만...

2017.02.17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셀프빨래방

이웃에 사는 친구가 셀프빨래방에 가자고 전화를 걸어왔다. 강아지가 이불에 실례를 했단다. 나도 차렵이불 한 채를 들고 따라 나섰다. 늦은 밤, 빨래방엔 아무도 없었고 우리는 이불...

2017.02.16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미영이네 세탁소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주 오래 전엔, 시장은 시장뿐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다. 무슨 말이냐면, 온통 물건만 쌓여 있을 것 같은 공간에 집도 함께 있었다...

2017.02.15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죽은 자의 물건들

글 쓰는 일을 하다 보니 서랍이든 책장이든 오래 들지 않은 가방 속이든 노트들이 여기저기 쑤셔 박혀있다. 대부분 몇 장 쓰지도 않은 것들인데 들추어보면 기분이 별로다. 날것 그대...

2017.02.14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엄마의 육아는 끝날 줄 모르고

고등학생 시절이었으니 엄마는 아직 쉰 살이 되지 않은 무렵이었을 것이다. 볼일이 있어 들렀던 우체국에서 엄마는 먼 데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래? 안 가?” 내가 잡아 끌어...

2017.02.13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튀김젓가락

통돌이 세탁기를 새로 샀다. 드럼세탁기에 비하자면 예쁘지도 않고 투박하지만 뭔가 시원시원하게 빨래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곧 난관에 부딪쳤다. 키 작은 나는 ...

2017.02.12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맥주 한 병

오전에 짧은 미팅이 있어 나갔다가 진이 다 빠져 버렸다. 상대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쫑긋쫑긋, 또 내 할 말 하느라 바쁘다 보니 에너지가 몽땅 동나 버렸다. 가방을 챙겨 나오...

2017.02.10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샘쟁이

나는 샘쟁이다. 스물다섯 살에는 서점엘 갔다가 최인석 소설가의 소설 ‘나를 사랑한 폐인’을 보고 그만 화들짝 놀랐다. 그건 분명 내가 쓰려고 했던 제목이었다. 단지 아직 떠오르지...

2017.02.09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따라쟁이 아기

16개월 아기는 뭐든 따라하고 흉내를 낸다. 찻주전자와 찻잔 소꿉놀이 세트를 사 주었더니 온종일 차를 따르고 나에게 마시라고 내미는 통에 “응, 고마워, 엄마 냠냠.” 이 소리를...

2017.02.08

핑크색 플로피디스켓

“이젠 정말 버려야 할까봐.” 나는 꽤나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핑크색 플로피디스켓 석 장을 손에 쥔 채였다. 구식 디스켓를 읽어낼 컴퓨터도 없었지만 나는 그걸 버리지도 못하고 ...

2017.02.07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오만과 편견

새삼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꺼내 들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이 언제였는지는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다. 중학생 시절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인 것...

2017.02.06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어른놀이

이십대 후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다소 이르게 부르다가 “아직 서른 되려면 멀었다, 이 자식아.” 면박을 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양희은의 “내 나이 마흔 살에는”을 ...

2017.02.03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푸른 나비

아직 두 살이 되지 않은 아기는 가끔 내 등 뒤에 붙어 서서 목덜미를 살금살금 어루만진다. 내 목덜미에 새겨진 푸른 나비 때문이다. 나는 오래 전 뒷목에다 나비 한 마리를 그려 ...

2017.02.02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대포폰도 안 쓰다니

“야, 가스검침 나왔다고 문 막 열어주면 안 돼.” 하도 여러 번 당부를 하는 게 오히려 수상한 마음이 들어 엄마를 닦달했다. “왜 그래? 엄마 뭐 사기 당했어? 그랬어?” 아니...

2017.02.01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부끄러운 날들

친구가 말했다. “얼마 전에 TV를 보는데 나이 지긋한 부부가 나왔거든. 남편한테 물었어. 아내의 장점이 뭐냐고.” “뭐라던데?” 친구가 대답했다. “유치하지 않아서 좋대.” 나...

2017.01.31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더러운 잠

표창원 의원이 주최한 전시회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 그림이 전시된 이후 그야말로 야단이 벌어졌다.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를 차용한 그림에서 박 대통령은 나체로 누워 있고...

2017.01.26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교정지

집으로 교정지가 도착했다. 지난 몇 달 작업한 번역 원고다. 편집자는 교정지 곳곳에 알록달록한 포스트잇을 붙여두었다. 서재방 책상에서 키보드를 두들길 때와 달리 나는 필통 가득 ...

2017.01.25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양은밥상

나에게는 보기만 해도 웃음이 푹 터지는 양은밥상이 하나 있다. 식당 배달 아줌마들이 김치찌개 뚝배기와 나물 종지, 그리고 공기밥을 쌓아 머리에 이고 좁은 시장 길을 바삐 걸을 때...

2017.01.24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떡

어렸을 적 나는 하도 새침데기여서 학교 앞 분식집 떡볶이를 먹어보지 못하고 자랐다. 복작복작 모인 아이들을 뚫고 그걸 들여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엄마가 끓여...

2017.01.23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아무 말이나 막

열네 살 때의 일이다. 반 친구는 어머니가 쓰러지면서 학교에 며칠 나오지 못했다. 담임은 친구의 장학금 신청서류를 쓰면서 나에게 병문안을 다녀오라 시켰다. 내과 병동을 찾아갔지...

2017.01.22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여성성과 남성성

지난 대선 때 일이다. 박근혜 후보 측에서는 연신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쇄신이고 변화”라고 떠들었다. 쇄신과 변화를 추구하는 대통령이 나와야 ...

2017.01.20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공짜 노동

“좋은 자리니까 와주세요”라는 말을 참 자주 들은 적 있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으니 너도 좋은 의도로 와서 공짜 강연을 해달라는 거다. 그러면 돈도 안 받고 가서 했다. ...

2017.01.19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언제나 우리를 발끈하게 만든다. 신문이나 TV를 통해 본 가슴 아픈 사연들, 우리의 친구와 가족이 겪은 억울한 사연들, 또 나 스스로 겪은 불공평...

2017.01.18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존과 바바라

파멜라 린든 트래버스의 동화 ‘메리 포핀스’에는 몹시 사랑스러운 쌍둥이 아기들 존과 바바라가 나온다. 존과 바바라는 아기 바구니에 누워 하루 종일 양말을 벗어 보였다가 또 발가...

2017.01.17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쟁반 이야기

첫 가정실습이 있던 날이었을 것이다. 양배추를 썰어 넣은 샌드위치를 만들었을 텐데, 그 때문에 우리 반 아이들은 집에서 접시도 챙겨가고 칼도 챙겨갔다. 중학교 1학년이었다. 나...

2017.01.16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겨울밤 과메기

중학생 조카는 화들짝 놀랐다. “갈매기로 과메기를 만드는 게 아니었다고요?” 포항에서 나고 자란 아이가 그런 소리를 하다니 내가 더 놀랐다. “포항 바다엔 갈매기가 많잖아요. ...

2017.01.15

[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아기옷

아기 방에는 문 두 짝 짜리 붙박이장이 있고 내가 산 아기 옷장이 또 있고 서랍장도 있다. 고작 16개월 아기의 옷가지인데, 이를 모두 채우고도 모자랄 지경이다. 엄마가 옷장을...

2017.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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