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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철회] 김무성·박기춘 정치력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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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철회] 김무성·박기춘 정치력 빛났다

입력
2013.12.3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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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장기 철도파업의 해법을 도출해낸 여야 정치권과 노조의 협상은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협상은 4일에 걸쳐 진행됐지만 일부 참여 인사를 제외하고는 극비리에 부쳐진 끝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극적 협상은 경찰 수배를 피해 여의도 민주당사에 은신해 있던 철도노조 최은철 사무처장이 27일 민주당 김한길 대표에게 긴급 요청을 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김 대표는 28일 민주당 사무총장인 박기춘 의원에게 "연내 파업 사태를 푸는 데 역할을 해달라"고 특명을 부여했다. 박 의원은 철도파업 소관 상임위인 국토교통위 소속인 데다 원내대표와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면서 대여 협상력을 검증받았다는 점에서 해결사로 낙점받았다는 후문이다.

박 의원은 노조 측과 '소위 구성-파업 철회'라는 협상안의 얼개를 만든 뒤 29일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먼저 접촉에 나섰다. 그러나 신통치 않은 반응이 나오자 박 의원은 이날 오후 2시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김기현 정책위의장 등에게 협상 참여 의사를 타진했다. 이번에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확답을 주지 않았고 노조 측이 애를 태우는 동안 협상은 잠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협상의 물꼬를 트는 데는 또다시 박 의원이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속한 해결을 위해 여당과 청와대를 동시에 설득할 인물이 필요한 상황에서 새누리당 중진인 김무성 의원을 카운터파트 카드로 꺼낸 것이다. 2010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시절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만났던 김 의원과 호흡을 한 차례 맞춘 경험이 있던 터였다. 김 의원 카드에 철도 노조 측도 흔쾌히 동의하면서 협상은 급물살로 전환됐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도 소식을 전해 듣고 김 의원에게 협상 대표 자격을 일임했다고 한다.

협상 전반의 고비에 박 의원이 해결사로 나섰다면 후반은 김 의원이 책임졌다. 특히 최대 난관인 청와대 설득에 김 의원이 적극 나서면서 협상이 술술 풀렸다고 한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애초에는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 의원의 거듭된 설득에 밤10시30분쯤 청와대의 동의까지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김 의원은 "손 놓고 있으면 철도 파업은 내년까지 가고, 이렇게 되면 예산안 연내 처리는 어렵게 된다"고 청와대를 설득했다고 한다.

협상의 주역인 두 의원은 이어 30일 새벽1시쯤 극비리에 민주노총으로 이동했고 김명환 철도노조위원장과 3자 회동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김 의원은 "밤늦게 파업 철회 관련 합의문을 만들고 (노조 측과) 구두 합의만으로는 안되니 김 위원장을 만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두 의원의 함구로 일련의 협상 과정은 30일 오전 9시 양당이 언론에 공개하기 전까지는 비밀에 붙여질 수 있었다. 두 의원은 이날 기자들 앞에서 극비협상 과정을 설명하면서도 서로에게 공을 넘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박 의원은 "김무성 의원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김 의원을 치켜세웠고 김 의원은 "박기춘 의원이 다 한 일"이라고 박 의원의 공으로 돌렸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허경주기자 fairyh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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