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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행복하려면 선거제도 개혁

입력
2017.11.09 16: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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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지방자치 선거일은 6월 13일이다. 호기심이 생겨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3년 전 지방선거 결과를 찾아보았다. 경상북도 23개 기초단체장 중 무소속 3명 빼고, 모두 새누리당이 당선되었다. 당선자는 전원 남성. 전라북도 14개 기초단체장은 무소속 7명, 새정치민주연합 7명이었다. 당선자는 역시 모두 남성이었다. 지역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당이 아니면 차라리 무소속이어야 당선이 되었다. 강한 지역구도 속에 정당정치가 실종된 상태인 것이다.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시ㆍ군의원이 같은 정당 소속인 지자체도 여러 곳 있다. 일당독재 수준으로 행정과 지방의회 권력이 장악된 곳에서 어떻게 견제와 비판이 작동할까. 정당공천이 곧 당선으로 연결되는 지역에서 어떤 청년이 정치인의 꿈을 꾸며, 새로운 정당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을까.

길거리에만 나서도 우리는 다양한 연령과 성별, 직업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유독 정치인은 50세 이상 특정정당 남성들로 상징되고 있다. 지역구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으면 당선되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은 경상남도에서 득표율 59%로 의석 90%를 차지했다. 표의 등가성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낡은 제도가 바로 지금의 선거제도이다. 그 제도 때문에 지지율 10%대의 자유한국당이 국회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행복한 사회를 꿈꾼다. 정치는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과로와 경쟁, 집값 급등과 실업, 양극화 사회, 소수자에 대한 차별, 동물에 대한 착취, 늘어나는 핵발전소와 미세먼지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보다 행복해지려면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들이 정치권력을 획득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 정치를 무지개 빛 희망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것이다. 전체 의석을 정당득표율대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사표가 발생하지 않는, 민심이 그대로 정치에 반영되는 방식이다.

뉴질랜드에서 30대 여성 정치 지도자인 재신다 아던 노동당 대표가 신임 총리가 되었다. 네덜란드는 동물을 위한 당도 국회에서 활약하고 있다. 32살에 스웨덴 교육부장관이 된 구스타프 프리돌핀은 11살에 녹색당 당원으로 가입하고 19살에 국회의원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선거제도를 바꿨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국회는 ‘정치개혁 특위’를 구성해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여야 4당은 ‘선거제도개혁을 위한 민정연대’를 꾸려 논의하고 있다. 녹색당, 노동당, 민중당으로 구성된 정치ㆍ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제정당 연석회의도 선거제도 개혁과 선거공영제 도입을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이렇게 선거제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자주오지 않는다. 11~12월이 선거제도와 국민주도 개헌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최근 바른정당 의원 9명이 탈당해 자유한국당에 복당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능적인 정치적 감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의석수가 늘어나는 것은 걱정스럽다. 그렇기에 더욱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11월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2017 정치페스티벌’이 열린다. 정치가 축제가 되게 하려면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모든 표를 살아 숨 쉬게 하자. 그래야 우리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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