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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학교라 놀림 당했는데… 의견 들어준 어른들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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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학교라 놀림 당했는데… 의견 들어준 어른들께 감사”

입력
2017.08.1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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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변초 부회장 하준석군

부회장 선거 때 “교명 변경” 공약

거리 서명 받고 동창회서 설명

개교 50여년 만에 내년 변경

대변초 학생부회장 하준석(11)군이 18일 오전 11시 30분쯤 부산 기장군 대변초 교내에서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변초 학생부회장 하준석(11)군이 18일 오전 11시 30분쯤 부산 기장군 대변초 교내에서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1963년 부산 기장군 대변항 인근에 초등학교가 생겼다. 지명을 따 학교 이름을 대변초등학교로 명명됐다. 하지만 학생들은 물론 졸업생들은 대변이라는 이름이 연상시키는 이미지 때문에 늘 트라우마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50년이 넘도록 교명을 바꾸겠다고 선뜻 나선 이는 없었다.

대변초 학생부회장 하준석(11)군은 생각은 했지만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교명을 바꾸는데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부회장선거에서 교명 변경을 약속했으니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군은 올해 2월 학생부회장 선거에 나서 “교명을 변경하고 욕설과 학교폭력이 없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하군은 “기장군수배 축구대회나 학교 대항 춤 대회에 선수, 응원단으로 참석해 사회자의 학교 소개를 받으면 다른 학교 아이들이 ‘똥’이나 ‘변기’초등학교라고 놀려댔다”며 “그럴 때면 종종 ‘너희들 학교 이름은 예쁘냐’면서 친구들끼리 말다툼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군은 학생부회장에 당선되고 나서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절차를 알아봤지만 교명을 변경하는 일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변초 선생님들도 조언과 관심에 힘입어 하군은 지난 4월 학교 인근에서 치러진 기장멸치축제에서 서명을 받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눈 앞에 보이는 수많은 인파에 압도돼 처음에는 망설였다고 고백했다. 하군은 “사실 낯가림은 좀 있다”고 수줍게 웃으며 “하지만 제가 약속한 거니까 책임감을 갖고 지켜야 했고 몇 번 해보니까 괜찮았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회 임원 2명과 함께 2~3시간 축제현장을 돌며 이들은 총 100여장의 서명을 받을 수 있었다. 학생회, 학부모 등의 노력으로 지금껏 모아진 서명은 4,000장 가량이다.

대변초 학생부회장 하준석(11)군이 18일 오전 11시 30분쯤 부산 기장군 대변초 교내에서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변초 학생부회장 하준석(11)군이 18일 오전 11시 30분쯤 부산 기장군 대변초 교내에서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군은 지난 4월 중순에는 교명변경의견수렴 공청회에 참가해 동창회 30여명과 학부모 10여명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여기서 하군은 “공연을 가면 학교 이름이 ‘똥’이라고 놀림을 받는데 행복하고 당당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학생들은 교명으로 인한 고충, 변경 바람을 담은 편지와 문자메시지를 동창회 등에 지속적으로 보냈고 그 결과 학교 내부적으로는 교명 변경을 결정한 상태다. 교명 변경 후보로는 바다와 파도와 함께라는 의미의 ‘해파랑’, 야무지고 탐스럽게 자라는 우리라는 뜻의 ‘도담’, 기장의 옛지명인 ‘차성’ 등이 올랐다.

부산에서 초등학교 명칭이 바뀌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대변초 명칭은 향후 학교 운영위원회와 교육청의 교명자문위, 심의위 등을 거쳐 내년 초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하군은 “이번 경험은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작은 의견도 들어준 선생님과 친구들, 지역주민과 동창회 어른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부산=글ㆍ사진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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