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표결 與 불참 정족수 미달
野 맹비난… 본회의 전면 보이콧
여야 대치 심화 7월 국회도 험로
국회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절차를 밟았지만 새누리당의 표결 불참으로 처리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은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국회법 재의안 표결을 실시했지만 대다수 새누리당 의원들이 투표에 불참하는 바람에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날 표결에는 재적 의원 298명 가운데 130명만 참여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투표 시작 54분이 지난 뒤 “더 이상 기다려도 재적의원 과반수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투표 불성립으로 재의가 불발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재의 표결 무산 직후 “법제처에서 위헌이란 의견을 내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집권여당으로서는 그 뜻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입장 발표문을 통해 “오늘 국회의 결정은 헌법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국회법 재의안 처리가 무산되자 61개 법안 처리가 예정된 이날 본회의 일정을 보이콧했다. 이에 따라 여야 대치의 심화는 불가피해졌고 추경안 심사 등 7월 국회도 난항이 예상된다. 다만 야당은 7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비롯한 다른 국회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재의 표결 과정에서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찬성 토론에 나서 “대한민국 정치에 국민은 없고 오직 국민에 군림하는 청와대의 오만함과 맹목적으로 움직이는 거수기만 있다”고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새누리당의 재의 표결 불참을 맹비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날 밤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 처리에 나섰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우리가 국회법 표결에 불참하더라도 민생법안 61개와 상임위원장 인선은 오늘 끝내기로 합의가 돼 있었다”면서 “단독 처리가 아니라 합의된 대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소액 투자자를 온라인으로 모집해 창업 벤처 기업에 투자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일명 크라우드펀딩법) 등 61개 민생법안이 이날 밤 늦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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