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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달리면 달릴 수록 가치가 돋보이는 '프렌치 해치백' 푸조 308 GT
등록 2018-04-09 07:08 | 수정 2018-04-09 08:29

호기롭게 나선 와인딩 주행은 푸조 308 GT에게 준비 운동에 불과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은 푸조의 차량 중 가장 드라이빙에 집중했다는 '푸조 308 GT'를 만났다.

차량의 키를 건네 받은 후 특별한 고민, 또 생각 없이 곧바로 시동을 걸고 호명산으로 향했다.다른 무엇보다 '프렌치 핸들링'으로 대표되는 프랑스의 드라이빙 감성과 또 그러한 감성을 GT 라는 이름의 '방점'을 찍는 308 GT의 달리기 실력을 제대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기자의 입장에서는 푸조는 사실 '믿는 구석'이 있는 브랜드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는 특별히 드러내고 있지 않으나 푸조 그리고 푸조가 속해 있는 PSA 그룹은 유럽의 그 어떤 브랜드보다 '모터스포츠'라는 분야에 적극적인 자세를 이어왔으며 또 성과의 측면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TCR 유럽 트로피 대회에서 1.6L 터보 엔진을 품은 308 GT Cup(ver TCR)이 2.0L 터보 엔진을 품은 다른 TCR 레이스카를 모두 따돌리고 우승까지 차지했으니 308 GT는 당연히 기대될 수 밖에 없었다.



 

명성 그 이상의 기대감을 주는 308 GT

가뜩이나 기대감이 있는 상태였는데 도어를 열고 실내 공간을 살펴보니 그 기대감이라는 불에 기름이 쏟아졌다. i-콕핏은 누가보더라도 드라이빙에 집중한 구성인데 308 GT는 이 구성에 그 중에서도 가장 '드라이빙을 위한' 스티어링 휠을 적용한 것이라 느끼게 된다. 타공 가죽을 씌우고 붉은 색 스티치를 적용한 이 308 GT의 스티어링 휠은 i-콕핏 적용 차량 중 가장 만족스럽고 매력적인 '스포츠 드라이빙' 용 스티어링 휠이라는 것을 단 번에 느끼게 된다.

이 기분 좋은 스티어링 휠을 매만지며 호명산으로 가는 길은 무척 즐거웠다.



낯선 첫 느낌, 살랑이는 아스팔트 위의 고양이

기대감이 커서 그랬을까? 호명산을 처음 달리는 동안 308 GT의 움직임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을 조금만 꺾어도 높은 센터롤을 가지고 있는 듯 차량이 코너 바깥 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느낌에 좀처럼 엑셀레이터 페달에 힘을 가하지 못하고 페이스를 조율하며 눈치를 보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고양이처럼 말이다.



게다가 308 GT라인의 1.6L 블루 HDi 디젤 엔진이 과시했던 경쾌한 가속력과 회전 질감에 출력까지 더해졌을 것이라 기대했던 308 GT의 2.0L 블루 HDi 디젤 엔진은 매끄러운 회전 질감이나 기존 120마력 대비 60마력이 향상된 180마력의 풍부한 출력은 체감되었지만 왠지 모르게 가속력 부분에서는 큰 이점이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되려 '내가 타고 있는 308 GT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 번의 주행을 멈추고 잠시 차량을 세웠다.

그토록 매력적으로 보였던 푸조 308 GT의 실내 공간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센터페시아의 과감한 미니멀리즘은 대책이 없어 보였고, 애꿎은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는 터치 인식율이나 속도가 빠르지 않은 점이 불만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 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308 GT의 엔진을 깨웠다. 그리고 첫 번째 주행보다 조금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주행으로 308 GT를 자극시키기로 했다.



달리기 본능을 깨운 사자, 고갯길을 지배하다

먼저 가속감을 재확인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경쾌함을 강조했던 308 GT라인보다 가속력은 우수하지만 '가속 상황에서의 만족감'은 조금 덜했다. 이 부분은 308 GT의 하체 셋업이 체감되는 속도감을 줄인다는 결론을 내리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사실 180마력과 40.8kg.m의 토크는 고갯길을 달리기엔 부족함이 없는 출력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속도를 높이자 기분 좋게 엔진이 회전하는 것을 느꼈고, 잠시 후 코너 진입을 위한 제동을 시작했다. 푸조 308 GT는 물론이고 다른 푸조의 차량이 그랬던 것처럼 출력을 확실히 제어하는 제동력으로 충분한 감속이 가능했다. 308 GT의 제동력은 페달 조작 초반에 상당히 큰 비중이 몰려 있는 편인데 이 강력함이 꾸준히 그리고 이후에는 부드럽게 이어지는 '레이스카'와 유사해 모터스포츠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다.



코너를 파고들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차량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든다. 순간 '조금 더 속도를 줄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에는 308 GT를 믿고 그대로 파고 들기로 했다. 그리고 그 순간  '프렌치 핸들링'이 시작되었다.

분명 코너에 진입 이후 차량의 무게가 상당히 쏠린 것을 느꼈는데 네 바퀴의 여력은 아직 충분했고, 서스펜션 역시 노면의 정보를 능숙하게 전달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기자는 두 가지 도박을 해보았다. 엑셀레이터 페달에 조금 더 힘을 주고, 스티어링 휠을 조금 더 꺾는 것이었다. 당연히 언더스티어가 날 것이라 생각하고 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308 GT는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조향에 따라 날카로운 헤드라이트를 코너 안쪽으로 집어 넣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무게가 모두 쏠려 제대로 반응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차량의 하체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그 조향에 따른 반응을 해낸 것이다.



그 움직임은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분명 한계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부근에서의 움직임이 실제 308 GT에게는 한계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충분히 더 속도를 낼 수 있고, 또 더 코너 안쪽으로 적극적인 진입이 가능했음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깊은 한계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감탄도 잠시 곧바로 다음 코너에 진입하게 되었다. 전 코너에서 한 쪽으로 쏠렸던 무게가 제대로 복구되지 않는다면 이번 코너는 누가 보더라도 망치게 될 우려가 있었다. 이번에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었지만 푸조 308 GT은 전 코너에서 한 쪽으로 쏠린 무게를 모두 반대편으로 밀어 버리며 다음 코너에서 다시 한 번 코너 안쪽을 파고드는 '기행'을 선보였다.



결론은 간단했다. 처음 느꼈던 308 GT의 움직임은 기자가 먼저 겁을 먹고 속도를 낮추며 그 진가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푸조 308 GT는 그저 자신의 드라이빙을 그대로 선보였던 것이고 '프랑스에서 온 해치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괜히 차 탓만을 해버린 스스로가 잠시 부끄러웠다.

하지만 푸조 308 GT가 어떤 움직임을 추구하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 드라이빙의 만족도는 하늘을 찌르는 듯 했다. 코너 전 강력한 제동으로 속도를 줄이고 무게 중심을 던지고, 그 무게 중심에 따라 롤이 발생한 308 GT의 헤드를 코너 안쪽으로 우겨 넣었다. 이에 308 GT는 아무런 일이 아니라는 듯 코너 안쪽으로 파고들며 '전륜 구동' 특유의 '던지고 달리는' 모습을 완벽히 구현했다.

그렇게 기자는 전륜 핸들링 최고의 매력이 푸조라는 것이 거짓된 명성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가상 사운드를 통한 풍성해지는 드라이빙

그 사이 기자의 눈에는 센터터널의 한 버튼이 보였다. 바로 스포트 버튼으로 푸조 308 GT이 보다 극한의 드라이빙 머신이 될 수 있도록 '다이내믹 모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다이내믹 모드가 활성화 되면 계기판은 모두 붉게 변하고 계기판 디스플레이는 출력 미터 및 G 값을 표기하는 화면이 새롭게 추가된다. 여기에 변속 타이밍이 바뀌고 엔진의 반응이 조금 더 예민해진다.

다이내믹 모드가 활성화 되면 엔진의 반응이나 변속 타이밍 등이 모두 바뀌기 때문에 확실히 예리함이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도 잠시, 그 반응이 적응되면 결국에는 '조금 더 예민하고 스포티한 180마력의 디젤 해치백'에 지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어링 휠을 쥐고 있는 이는 즐거울 수 밖에 없다. 그것도 그럴 것이 다이내믹 모드가 활성하되면 차량의 성향 변화와 함께 가상 사운드가 실내 공간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가장 사운드가 4기통 터보 엔진이 맹렬히 회전하는 앵앵거림이 아닌 마치 미국에서 넘어온 V8 엔진의 그릉거림을 제대로 표현해 듣는 즐거움의 가치를 대폭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혹시 푸조 308 GT를 시승하게 된다면 꼭 들어보길 권한다. 정말 매력적이다.



그 한계를 가늠하기 어려운 308 GT

솔직히 말해 호명산에서의 주행은 308 GT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지 308 GT의 한계를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은 아니었다. 물론 저 과감히 달릴 수 있었지만 안전이나 관련 법규 등을 어길 수는 없었다. 결국 308 GT의 가치를 제대로 발견한 것에 만족을 하면서 호명산에서의 주행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주행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머리 속으로 '308 GT로 인제스피디움을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수준급 테크니컬 서킷 중 하나인 인제스피디움이라면 치명적이고 자극적인 308 GT의 매력을 100% 확인하고 또 그 한계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가 될지 몰라도 308 GT을 조금 더 느낄 수 있을 인제스피디움 주행을 기대해본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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