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모클

컨텐츠 영역

라이프

[강변오토칼럼] 자동차 자기인증제의 함정 –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등록 2018-08-07 05:39 | 수정 2018-08-07 05:41

최근 BMW 520d를 중심으로 화재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BMW 디젤 차량에서 화재 사건이 빈발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자, BMW코리아의 대응이나 국토교통부의 관리·감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다.그러면서 국내에서는 자동차 제작사나 수입사의 대응이 소극적이고 소비자에 대한 배상도 미약하다는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3년 전 발생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와 이번 BMW 차량 화재 사건을 살펴보면, 수입사의 대응이나 유관기관의 대처는 거의 판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사한데, 서로 다른 사건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이 문제들을 단지 개별 수입사의 문제 또는 정부 부처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인 허점에서 비롯된 문제는 없는지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운행되는 자동차에 관해서는 『자동차관리법』이 기본적인 내용을 규정하는데, 이에 따르면 “자동차의 구조 및 장치가 안전 운행에 필요한 성능과 기준(자동차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하면 운행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면서, 자동차안전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는 “자동차 제작·수입사가 스스로 인증(자기인증)”하고, 사후적으로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발견될 경우 제작·수입사가 그 사실을 공개하고 시정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리콜”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서의 시정조치를 말한다.



“자기인증제”는 2003년에 도입된 제도로, 이전까지는 관련 기준과 법규에 적합하게 자동차가 제작되었다는 점을 정부로부터 승인 받아야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는 “형식승인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런데 형식승인을 받는데 수개월 이상 소요되는 등 제작사 측에 시간적·경제적인 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자동차 제작사의 경쟁력을 높일 목적으로 형식승인제 대신 자기인증제가 도입된 것이다.

이러한 자기인증제는 엄격한 사후관리를 전제로 하는데, 자기인증제를 도입하면서 제작·수입사의 자료제출 의무를 강화하고 안전기준을 위반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사후관리책을 마련하였지만 약 15년간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그 정도의 대책만으로 자동차 제작사 및 수입사를 관리·감독하는데 한계가 있음이 점점 명백해 지고 있다.

자기인증제는 주로 미국에서 운영되는 제도로, 미국은 제조자나 판매자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하되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또한 엄격하게 묻는다는 점을 제도의 근간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엄격한 책임”을 보장하는 것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제작 결함이나 판매 과실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실제 소비자가 입은 손해액보다 적게는 수십 배, 많게는 수백 배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제도로, 뜨거운 커피를 쏟아 화상을 입은 소비자에 대해 판매사의 과실을 인정하여 실제 피해금액의 수 십 배에 달하는 배상금을 인정한 맥도날드 사례가 대표적인 예이다.

집단소송제는 실제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동일하게 판결의 효력을 미치게 하는 제도로, 국내에서는 증권관련집단소송법 등에서 제한적으로만 인정되고 있고, 그 밖의 일반적인 손해배상의 경우 개별 소비자가 직접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판결의 효력이 미치지 않고 따라서 배상을 강제하기도 어렵다.

유럽이나 일본, 중국 등에서는 자동차의 안전기준 적합 여부에 대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판매가 가능한 형식승인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들 국가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나 집단소송제도는 거의 운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차이가 있다.



이러한 제도적 차이는 영미법계와 대륙법계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영미법계의 경우 명문화 된 법전이 아닌 판례에 의해 법리가 형성되어 개인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그에 대한 책임 또한 엄격히 묻는 방향으로 법리가 발전한 반면에, 대륙법계에서는 법전에 명문화 된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방향으로 법리가 형성되어, 법에 정해진 것을 준수하면 그 책임을 다한 것이 되고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법에 정해진 책임 범위 내에서 각 개인에게 실제 발생한 손해만을 배상하는 방향으로 법리가 발전된 것이다.



이를 자동차에 대입시켜 보면, 형식승인제에 따를 경우 안전기준 충족 여부를 정부가 직접 검사하고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동차 안전기준 충족에 대한 책임이 일정 부분 정부에게 돌아가는 결과가 되고, 그만큼 제작사나 판매사의 책임은 경감될 수 있다. 그러나 자기인증제의 경우 제작사나 수입사에게 스스로 안전기준 적합성을 인증하는 자율성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그만큼 제작·수입사의 책임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지만 자기인증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이 간과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로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나 BMW 화재 사건을 비롯하여 최근 벌어지고 있는 공산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사례들의 경우, 그 내용은 다를지라도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가 보면 결국 기업의 자율성은 점점 더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되었지만 그에 따르는 기업의 책임 또한 강화하는 것은 소홀히 한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번 BMW 화재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자동차 자기인증제가 가진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여 정부의 사전 관리 감독을 강화하거나, 결함에 대한 입증책임을 제작사 또는 수입사로 전환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및 집단소송제의 도입과 같이 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등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고 적극적인 대책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자동차는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도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엄격히 관리되어야 함에도, 현재 관리·감독의 주체는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로 나뉘어 있는데 이를 일원화하거나 자동차를 전담하는 부처를 신설하는 등 관리·감독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강구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 강상구

* 강상구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수료 후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을거쳐 현재 법무법인 제하의 구성원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자동차 관련 다수의 기업자문 및 소송과 자동차부품 기업 로버트보쉬코리아에서의 파견 근무 경험 등을 통해 축적한 자동차 산업에 관한 폭넓은 법률실무 경험과,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얻게 된 자동차에 대한 기술적 지식을 바탕으로 [강변오토칼럼]을 통해 자동차에 관한 법률문제 및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분석과 법률 해석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오늘의 사진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