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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중 사고가 나면 누구 책임일까?
등록 2017-11-07 17:20 | 수정 2017-11-07 17:47

세계 최초로 '레벨 3'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아우디 A8. 사진=아우디폭스바겐 그룹 제공



국토교통부가 지난 2일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에서 ‘자율주행차 융·복합 미래포럼 국제 콘퍼런스’를 열었다. 가까운 미래에 자율주행차가 우리의 일상이 됐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사회 변화를 대비하고 논의하기 위해서다.이번 콘퍼런스에는 한·미·EU와 국제기구의 전·현직 정책 담당자, 기술개발자, 연구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 자율주행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발표했다.

특히, 독일 아우디 본사에선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미르코 로이터(Mirko Reuter) 이사가 방한해 아우디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현황과 전망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 아우디는 현재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플래그십 세단 A8에 적용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자율주행 단계 중 ‘레벨 3’은 운전자의 개입 없이 일정 구간을 자동차가 스스로 달릴 수 있는 수준을 뜻한다.

콘퍼런스가 끝난 뒤 미르코 로이터 이사와 만나 자율주행에 관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2일에 열린 ‘자율주행차 융·복합 미래포럼 국제 콘퍼런스’에서 발표 중인 아우디의 미르코 로이터 이사


Q: 이번 콘퍼런스에 참여한 목적은 무엇입니까?



A: 한국에 있는 동료들이 그러더군요. 한국이 지금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빠르게 집중하고 있다고요. 정부가 나서서 이 영역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오늘 콘퍼런스에서 그 분위기를 제 눈으로 직접 봤는데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Q: 아우디가 세계 최초로 ‘레벨 3’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트래픽 잼 파일럿, traffic jam pilot)을 A8에 넣어 상용화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독일 도로에서 자율주행 기능이 들어간 A8이 돌아다니는 건가요?



A: 그렇긴 하지만 아직 ‘트래픽 잼 파일럿’을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인증이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기능은 들어있지만, 인증이 나지 않아 사용하지 못합니다. 독일의 자동차 인증 기관인 KBA(Kraftfahrt-Bundesamt, 연방자동차청)에서 허가를 받고 다시 UNECE(유엔 유럽 경제 위원회)의 스티어링휠 관련 조항인 R79 규정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주행 중 운전대에서 손을 놓아도 된다는 허가를 받는 거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와 관련된 법규도 새롭게 추가되거나 현실에 맞게 조정돼야 하는데,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인증은 모두가 처음입니다. 내년 중엔 완료되리라 봅니다.

센터페시아 아래쪽 가운데에 놓인 'Audi AI' 버튼을 누르면 '트래픽 잼 파일럿'이 활성화된다


Q: 인증이 완료된 후 ‘트래픽 잼 파일럿’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용할 수 있나요?



A: 독일에서 ‘트래픽 잼 파일럿’은 패키지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파크 어시스트 패키지’, ‘드라이브 어시스트 패키지’처럼 소비자가 골라서 넣을 수 있는 옵션 중 하나죠. ‘트래픽 잼 파일럿’은 가장 상위 옵션이라고 보면 됩니다. 단, 이건 독일의 경우고 국가에 따라 패키지 종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반자율주행’이라고 부르는 기능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오토 파일럿’과 아우디의 ‘트래픽 잼 파일럿’은 어떻게 다른가요?



A: 현재 시장에 나온 자율주행 기능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지 ‘트래픽 잼 파일럿’을 제외하고 모두 ‘레벨 2’ 단계라고 단언합니다. ‘레벨 3’은 운전대에서 손을 떼어도 차가 스스로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스스로 방어하며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명확한 차이는 사고가 났을 때의 책임 소재입니다. ‘레벨 2’에서는 운전자에게 있지만, ‘레벨 3’에서는 그 차를 만든 제조사에게 있습니다. 좀 더 명확히 말해서 ‘레벨 3’의 자율주행 기능이 담긴 차를 몰던 중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고 있을 때 사고가 나면 운전자 책임이지만, 운전을 차에게 온전히 맡기고 운전대에서 손을 떼었을 때 사고가 나면 그건 차, 다시 말해 제조사에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야 ‘상용화’라는 단어를 당당하게 붙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안전에 자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최소한 아우디의 기준은 그렇습니다.

미르코 로이터 이사는 교통사고의 90%가 운전자 과실로 일어난다며 자율주행이 교통사고를 줄여줄 것이라고 예견했다


Q: 자율주행과 관련해 아우디의 다음 단계는 무엇입니까?



A: 우선 ‘레벨 3’ 자율주행 기능을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미 ‘트래픽 잼 파일럿’ 기능을 담은 A8을 독일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모델을 더 많은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며, 다른 모델에도 차차 도입할 계획입니다. 아우디는 기본적으로 ‘톱 다운’ 정책을 고수하는데, 가장 상위 모델의 기술을 하위 모델로 내려보내는 방식입니다. 솔직히 말해 이 자율주행 기술이 A1까지 내려오기엔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Q: ‘레벨 4’는 언제쯤 실현 가능하리라 봅니까?



A: 지금 단계에선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이 단계에선 차가 고속도로를 포함한 모든 도로 그리고 모든 상황에 스스로 대처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력이나 연료가 다 떨어졌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또한, 차의 구조적인 면에서도 기존과 다른 혁신이 시도돼야 합니다. ‘레벨 3’ 수준이 온전해졌을 때 ‘레벨 4’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

'트래픽 잼 파일럿'은 운전대에서 손을 놓아도 차가 스스로 가는 '레벨 3' 단계의 자율주행 기능이다


Q: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자율주행이 빠르게 자리 잡히려면 어떤 것들이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A: 자율주행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이 먼저 필요합니다. 그에 따른 인증 절차도 새롭게 마련해야 하지요. 그리고 철저한 테스트가 필요합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자동차가 혼자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입니다. 주변 환경과 교통량, 운전자의 상태 등을 인지해 스스로 운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지역과 국가별로 개별적인 개발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독일인은 운전을 차분하게 하지만, 남부 유럽인들은 다소 다혈질입니다.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도입되는 기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국의 도로엔 흥미로운 게 하나 있더군요. 바로 공사 현장 등에 세워진 마네킹입니다. 이러한 독특한 상황을 차가 인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이 아우디의 자율주행 시험장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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