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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 후 첫 미국 방문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버지니아주 콴티코 국립 해병대 박물관 내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한 후 연설하고 있다(위 사진). 연설 전 참전용사가 옷깃에 달아 준 기념 배지. 장진호 전투 기념비의 형상을 그대로 재현했다. 고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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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진호 전투에 참전한 옴스테드 퇴역 장군이 문 대통령의 옷깃에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고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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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진호 전투 기념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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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대 국회의원에게 지급된 국회의원 배지.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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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명진(오른쪽)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월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5일 전 반납 받은 국회의원 배지를 의원들을 대표한 정우택 원내대표에게 달아주고 있다. 오대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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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4일 공개된 ‘타임’지의 표지.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왼쪽 가슴에 달린 세월호 추모 배지가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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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4월 29일 경기 안산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노란리본 배지 대신 검은색 ‘근조’ 리본을 달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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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염원하는 ‘희망나비마음’ 배지를 달고 나왔다. 배우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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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2016년 8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콜트콜텍 노조에게 사과하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전 대표는 과거 콜트콜텍 노조의 활동으로 인해 회사가 망했다는 취지의 자신의 발언이 오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사과했다. 기자회견 전 노조원이 ‘No cort(콜트 불매)’라고 쓰인 배지를 김 대표의 가슴에 달아주었는데, 이는 콜트콜텍 노조가 김 전 대표의 사과를 받아들인다는 의미였다. 오대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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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태(왼쪽) 자유한국당,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태극기 배지를 달고 있다. 서재훈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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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지는 의사 표현의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지난 2008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이 정부의 언론장악 정책에 항의하는 의미로 ‘낙하산’을 그린 배지를 달고 있다. 오대근기자

정치인의 배지, 그 의미를 다시 보다


배지에 감동을 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버지니아주 콴티코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았다. 장진호 전투는 6ㆍ25전쟁 당시 10만여 명의 피난민을 구한 ‘흥남 철수 작전’을 가능케 한 전투였다. 미 해병 1사단이 장진호에서 중공군의 남하를 막는 동안 문 대통령의 부모를 포함한 피난민들이 화물선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이 전투에서 미군은 4,400명이 전사하는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여러분의 희생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다”는 연설로 미국민의 심금을 울렸고 참전용사 옴스테드 장군은 문 대통령의 옷깃에 자신이 지니고 있던 배지를 달아주었다.

빛나는 별 모양의 이 금장 배지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의 형상을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중심에는 장진호 전투를 뜻하는 ‘Chosin Few’의 약자 ‘C’와 ‘F’가 새겨졌다. ‘Chosin’은 장진호의 일본식 표기를 영어로 옮긴 것이며 ‘Chosin Few’는 당시 전투에서 살아남은 해병이 얼마 안 된다는 뜻이다. 이 기념비는 지난 5월 4일 제막했다.

문 대통령의 감성적인 스토리텔링과 참전용사의 배지 선물은 한미 양국 국민에게 감동을 전했고 더욱 굳건한 한미동맹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문 대통령은 이 배지를 착용한 채 다음 일정인 한미 경제계 초청 만찬을 소화했고 이틀 후 워싱턴 D.C.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참배할 때도 이 배지를 달았다. 장진호 전투 기념비 연설의 감동과 함께 그 여운을 옷깃에 단 배지로 잔잔히 이어갔다.

특권은 ‘금배지’로 반납은 ‘은배지’ 로

일명 ‘금배지’라고 불리는 국회의원 배지는 사실 ‘은배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99%의 은 위에 금을 살짝 입힌 수준이라 가격은 3만5,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 금배지가 가지는 위력은 대단하다. 배지가 그 사람의 소속 또는 지위를 표시하는 상징물이란 점에서 배지를 단 국회의원의 막강한 힘과 특권의식까지 금배지에 녹아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금배지는 손가락질의 대상이기도 하다. 금배지를 단 정치인들의 행태가 국민의 요구와 의식수준에 못 미치다 보니 금배지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은 호응을 얻고 있다. 차마 없앨 수 없는 국회 대신 청산의 위기에 놓인 금배지의 신세가 처량하다.

지난해 12월 29일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을 지는 의미로 금배지를 반납했다. 그런데 반납 45일만에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고는 모두 배지를 돌려받았다.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책임을 진다더니 한달 반의 배지 반납으로 ‘셀프 면책’ 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놀랍지 않다. 애초부터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과 특권의식 등 ‘금배지’의 권력은 그대로 쥔 채 3만5,000원짜리 ‘은배지’의 가치에 대해서만 처분권을 일시적으로 위임했을 뿐이니까.

정치공방 대상 된 세월호 배지

19대 대선을 앞둔 지난 5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사진이 실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 표지가 공개됐다. ‘The Negotiator’라는 제목에서 짐작하듯 타임이 주목한 현안은 극한 대치를 이어온 남북관계였다. 그러나 사진 상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왼쪽 옷깃에 단 세월호 추모 배지였다. 문 후보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카메라를 응시했고 양복 왼쪽 옷깃에 세월호 배지를 달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노란리본 배지를 꾸준히 달아 온 문 후보가 국민적 상처를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배지로 표현한 듯 하다. 사진을 접한 많은 이들은 “세월호 배지가 인상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돌이켜 보면 세월호 참사 직후 국민들은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귀환을 염원하는 노란리본 배지를 한 마음으로 달았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을 비롯해 국무총리와 장관, 일선 경찰도 왼쪽 가슴에 세월호 배지를 달았다. 단, 박근혜 전 대통령만은 분향소는 물론 유족들이 있는 팽목항을 찾을 때마저 노란리본 배지를 외면했다. 이후 ‘참사’가 ‘사태’로 변질되고 정치공방의 소재로 전락하면서 노란리본 배지는 공격과 조롱의 대상이 됐고 경우에 따라선 금기가 되기도 했다. 노란색을 기준점으로 정치적 성향을 규정짓는 기이한 사회는 얼마간 이어졌다. 국정농단 사태에 이은 대통령 파면, 세월호 인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민은 책상 서랍에 넣어둔 세월호 배지를 꺼내 달았다. 세월호 노란리본 배지의 추모정신은 아직 진행 중이다.

장관후보의 위안부 배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7일 열린 자신의 인사청문회에 조그만 배지를 달고 나왔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뱃지를 어디서 났냐”고 묻자 강 후보자는 “지난주 나눔의 집을 방문했을 때 할머님이 달아주셨다”고 답했다.

이날 강 후보자가 달고 나온 배지는 한 고등학생이 디자인한 ‘희망나비마음’ 배지다. 배지에 새겨진 소녀와 할머니, 나비는 함께 슬픔을 나눈다는 의미를 담았다. 강 후보자는 이 배지를 다는 것으로 한일위안부협상에 대한 검증과 재협상 검토 의지를 표현했다.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 옷깃에 달린 작은 배지는 한일위안부협상의 철회를 원하는 다수의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다만, 인사청문회 당시 배지의 착용 방향이 90°가량 틀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강 후보자는 배지 디자인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박미소 인턴기자
등록: 2017.07.22 09:00 수정: 2017.07.22 09:00 박서강 기자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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