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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편의점과 마트가 곳곳에 들어서고 구매 패턴이 바뀌면서 보도 위 가로판매대의 인기가 시들해 졌다. 철문이 굳게 닫힌 서울 세종대로 변의 한 가로판매대에 전기요금 납부 고지서가 비수처럼 꽂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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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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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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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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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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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오후 3시부터 5시 사이 지하철 서울역 3번 출구부터 광화문에 이르는 세종대로 변 가로판매대를 살펴 본 결과 총 30곳 중 14곳의 문이 닫혀 있었다. 어두운 사진은 문이 닫힌 가로판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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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서울 세종대로의 한 가판대 맞은편에 들어선 편의점으로 손님이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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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 조리기를 이용하는 토스트나 샌드위치는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 가판대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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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세서리를 진열해 놓은 세종대로 변 가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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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자와 음료수를 팔아서는 편의점을 도저히 당해낼 수 없는 가판대 상인들이 궁여지책으로 취급 품목을 바꿔보지만 장사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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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세종대로 변의 한 가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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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세종대로 변의 가판대. 음료수와 더불어 진열된 다양한 상품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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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세종대로의 한 문 닫힌 가판대에 고지서가 끼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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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세종대로 변의 한 가판대 출입문 앞에 상인이 벗어 둔 허름한 구두가 놓여 있다.

“하루 만원도 못 벌어” 문 닫는 가로판매대


장애ㆍ의상자 등 생계지원 시설

편의점에 밀려 상당수 휴ㆍ폐업 중

요즘 서울 시내를 걷다 보면 문 닫힌 가로판매대(이하 가판대)가 쉽게 눈에 띈다. 굳게 잠긴 철문 틈새에 전기요금 고지서가 꽂혀 있거나 공연 포스터로 뒤덮인 가판대도 흔하다.

본보 뷰엔(View&)팀이 4일 오후 3시부터 5시 사이 지하철 서울역 3번 출구부터 광화문에 이르는 세종대로변 가로판매대를 살펴본 결과 총 30곳 중 14곳의 문이 닫혀 있었다. 특히, 신한은행 본점부터 시청역 8번 출구까지 약 300m 구간에선 10곳 중 8곳이 문을 닫았다. 출근시간 대에만 열거나 개인 사정으로 잠시 휴업 중인 곳을 제외하더라도 상당수가 장기간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판대 폐업 사태, 그 원인은 무엇일까.

세종대로 30곳 중 14곳 문 닫아

일부 구간 10곳 중 8곳 닫기도

“왜 문을 닫겠어? 장사가 안 되니까 닫지!” 가판대에서 꽈배기와 빵, 음료수를 파는 하병수(72)씨는 버럭 화부터 냈다. 그러면서 "장사가 안 되기는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전날 매출은 고작 3만 6,000원, 유통기한이 비교적 긴 음료수마저 기한이 다 되도록 팔리지 않아 상당수 버려야 할 판이다. “어려운 사람 살아보라고 만들었으면 살게 해 줘야지, 하루아침에 편의점이 생기질 않나... 이렇게 살 바에 죽는 게 낫다.” 하씨가 눈물을 훔치는 동안 가판대 바로 앞 편의점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통상 ‘가판대’라 불리는 보도상 영업시설은 생계지원이 필요한 의상자나 장애인, 노숙자를 위해 서울시가 운영하는 특례지원 시설이다. 가판대 운영자는 토지 점용료와 시설 대여료를 합해 연 160만~180만원 정도를 납부해야 하는데 현재 명동이나 강남 등을 제외하고는 이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영업이 부진하다. 중구청 관계자는 “명동, 동대문, 남대문외에 70~80%는 거의 궤멸 상태”라고 전했다.

가판대 상인들이 지목하는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편의점이다. 다양한 상품을 갖춘 편의점과 마트가 곳곳에 생기면서 손님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31년째 가판대를 운영하는 양순이(75)씨는 “얼마 전 요 앞에 생긴 편의점에 갔다가 물건 종류가 엄청나게 많아 깜짝 놀랐다. 우리가 그걸 어떻게 당해 내나”라며 한탄했다.

현금 결제만 고집하다 보니 제 발로 찾아온 손님을 놓치는 일도 잦다. 상인 손모(78)씨는 “카드를 받고 싶어도 얼마 벌지도 못하는데 거기서 세금까지 떼이면 정말 남는 게 없을까 봐 엄두를 못 낸다”며 답답해 했다. 1만원 충전하면 70원 남는 교통카드 수수료 역시 거의 보탬이 안 되는 수준이다.

편의점과 품목 차별화 시도마저

규제ㆍ건강 등 한계에 부딪혀

편의점과의 차별화를 위해 조리 음식을 판매하려 해도 걸림돌이 적지 않다. 일단 떡볶이와 튀김 어묵처럼 화기가 필요한 조리 음식은 가판대 판매가 금지돼 있다. 그나마 전기 조리기를 쓰는 핫도그나 샌드위치는 가능하지만 대부분 고령인 데다 부부 중 한 쪽이 장애인인 경우가 많아 새로운 업종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하병수씨는 “겨울에 뜨거운 오뎅이라도 해보려 했더니 구청에서 못하게 하더라. 제발 없는 서민 위해서 규제 좀 풀어달라”고 하소연했다. 구두수선대를 운영하는 박모(64)씨 역시 규제 완화를 절실히 원했다. 그는 “현재 취급 허가 품목은 쓰임새가 점점 주는 구두와 열쇠뿐인데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건가. 과일이라도 팔 수 있게 해 주면 숨통이 좀 트일 텐데”라며 한숨을 지었다.

그러나 이들 바람대로 규제를 완화할 경우 주변 점포를 임대한 상인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문제다. 중구청 관계자는 “취급 품목 완화는 서울시 조례를 개정해야 하는 문제인 데다 점포를 임대한 자영업자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당장은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시설을 대여해 준 만큼 추가적인 지원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고 주변에 편의점이 생겨 어려움을 겪는 사정은 안타깝지만 영업방식이나 결과는 그분들의 자율적 영역인 만큼 관여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땅콩이나 양말, 액세서리를 내놓은 가판대 역시 손님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과자와 음료수에서 가죽 벨트, 신발 등 잡화로 품목을 바꾼 김길섭(74)씨는 가판대 위의 철 지난 휴대용 선풍기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이렇게 내놔도 하나도 안 팔린다. 하루에 돈 만 원도 못 버는데 공짜로 하라고 한들 누가 하겠나.”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박미소 인턴기자
등록: 2017.09.07 04:40 수정: 2017.10.05 12:41 박서강 기자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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