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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먼지와의 전쟁에서 ‘각자도생(各自圖生)’하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만든 ‘DIY 공기청정기’. 가정용 선풍기에 고성능 필터를 부착한 후 집안 환기에 활용하고 있는 제품(왼쪽)과 한 교사가 학교 교실 환기용으로 선풍기에 차량용 필터를 붙인 제품(가운데). 맨 오른쪽은 유모차 환기용으로 휴대용 선풍기에 차량용 필터를 부착한 휴대용 공기청정기. 자작 공기청정기를 만들어 쓰는 이들은 대부분 성능에 대해 만족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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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상용 선풍기 + 차량용 에어컨 필터. 휴대폰용 충전 배터리로도 작동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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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크 등 중무장을 한 시민들이 2일 한강변과 서울숲 주변에서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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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예 미세먼지 측정기를 해외직구로 구입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김선우(36)씨가 8일 커버를 씌운 유모차 내부에 휴대용 선풍기와 차량용 필터로 만든 자작 공기청정기를 가동한 후 내부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당시 외부 미세먼지 농도가 100㎍/㎥ 정도였으나 유모차 내부는 1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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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 미세먼지가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창문 틀에 차량용 필터 등을 붙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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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가까이 사용한 선풍기 + 김 상자 + 차량용 에어컨 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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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우(36)씨의 DIY 환기시스템. 가정용 선풍기에 고성능 필터를 부착해 외부 공기를 흡입하면서 반대편 창문으로 배기용 팬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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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한 지 2개월이 채 안된 필터가 벌써 까맣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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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 충전방식의 무선 소형 선풍기 + 차량용 에어컨 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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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게가 달린 탁상용 선풍기에 상자를 덧대고 차량용 에어컨 필터를 부착해 만든 소형 공기청정기(왼쪽)과 휴대용 선풍기에 마스크를 잘라 만든 공기청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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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모(36)씨가 구입한 특수 필터 장착이 가능한 진공청소기와 의류 건조기. 김씨는 구입 비용으로 각각 35만원과 50만원을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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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먼지의 위협은 요리 패턴도 바꿔 놓았다. 가스레인지나 오븐 대신 전기레인지(인덕션)를 사용하는 가구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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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탑 PC 냉각장치 + 신발상자 + 차량용 에어컨 필터

‘알아서 생존하라’ 미세먼지와의 전쟁


미세먼지 때문에 숨이 막힌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130일간의 서울지역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57.5㎍/㎥로 WHO 권고기준(50㎍/㎥)을 넘어섰고 중국발 스모그와 황사가 겹친 6일엔 일 평균 농도가 194㎍/㎥까지 치솟았다. 15일 발표된 새 정부의 미세먼지 응급 감축 대책 덕분에 문제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지만 당장 출근길 미세먼지를 걱정해야 하는 시민들의 현실은 이전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정부가 뚜렷한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제각각 알아서 살 길을 꾀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미세먼지 정보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인터넷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의 경우 5월에만 8,000여명이 가입하면서 개설 1년 만에 회원 수 6만명을 돌파했다. 아예 미세먼지 측정기를 구입해 수시로 집안 공기 질을 점검하는가 하면 직접 만든 맞춤형 간이 공기청정기로 미세먼지의 습격에 맞서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은밀한 살인자’ 미세먼지와의 소리 없는 전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한반도 곳곳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전투 #1 [‘환타’를 사수하라]

‘초미 50’ ‘초미 36’ ‘초미 20대 진입’ ‘초미 10후반’ ‘환타!’

10일 오전 인터넷카페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합니다’의 남양주 지역 대화방이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지난 나흘간 기승을 부린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했던 회원들이 실시간 농도 측정치를 공유하며 ‘환타’를 엿보는 중이다. ‘환타’는 ‘환기 타임’, ‘초미’는 ‘초미세먼지’를 줄인 말이다. 초조하게 이어진 카운트다운은 “초미 10”을 거쳐 마침내 “환타다” 한 마디로 종결됐다. 곧이어 “지금 문 활짝, 살 것 같아요” “오늘은 조금 맘 놓고 지내요” “맑은 하늘, 힘내세요” 등 안도의 메시지가 터져 나왔다.

고작 환기 타이밍 잡는 데 이들이 이토록 유난을 떠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국가가 제공하는 미세먼지 농도는 한 시간 전 평균값이라 ‘실시간’과 거리가 먼 데다 측정소마저 수십 km 떨어져 있어 수치를 전적으로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시면적이 241.8㎢에 달하는 경기 남양주시의 경우 미세먼지 측정소가 단 1곳뿐이며 초미세먼지 측정소는 아예 없다.

전투 #2 [지휘관은 어디에 ㅠㅠ]

‘환타’ 사수 작전이 일단락된 전장에 성토만 남았다. 지휘관 역할을 해야 할 국가의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카페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지역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데 수십㎞ 밖에서 측정한 수치를 어떻게 믿나” 언젠가는

“고등어, 삼겹살 구이가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정부를 믿을 수 있겠나” 록이맘

“중국 영향이 큰데 정부 대응은 안일하다” 권여사

“언제까지 국민 스스로 안전을 챙겨야 하나” 파워air

“개인이 하염없이 비용을 지불하는 현실에서 결국 빈부격차에 따라 다른 공기를 마시는 꼴” 공기청정

새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발표된 15일 이후엔 기대감을 나타낸 글도 올라왔다.

“늦은 감이 있지만 아이들 학교에 미세먼지 측정기, 공기청정시설 마련하겠다는 정책은 반갑네요” milktea

전투 #3 [알아서 생존하라]

주부 김선우(36)씨는 지난 3월 극초미세먼지까지 걸러 준다는 고성능 필터를 구입해 선풍기에 부착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자연환기는 엄두도 못 내던 김씨는 인터넷에서 접한 이 ‘DIY 공기청정기’로 집안 환기 문제를 해결했다. 직접 만든 공기청정기를 주방 창문 쪽에서 가동해 바깥 공기를 흡입하는 사이 반대편 창문에선 배기용 팬을 돌린다. 김씨는 “하루 두 차례, 한 번에 30분씩 방마다 교대로 환기하는 방식으로 실내 초미세먼지 수치를 0~1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민경(37)씨는 탁상용 선풍기에 차량용 필터를 부착해 휴대용 공기청정기를 만들었다. 덮개를 씌운 유아전동차 안에서 가동하면 미세먼지 농도가 외부의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다. 배씨는 “27개월 된 아이의 기침 가래 증상이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변한다. ‘유난 떤다’며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스스로 행동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DIY 공기청정기’는 성능과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으므로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DIY 공기청정기’ 제작 방법과 후기가 올해 들어서만 1,000건 이상 올라온 한 인터넷카페는 얼마 전 ‘환풍기에 필터를 부착할 경우 과열로 인한 화재 위험이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게시한 데 이어 17일엔 DIY 환기시스템 관련 글의 자발적인 삭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전투 #4 [생존 비용도 알아서]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드는 만만치 않은 비용도 각자 몫이다. 두 아이의 엄마인 김모(36)씨는 공기 질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 해외직구로 미세먼지 측정기를 16만원(국내가 80만원)에 장만했다. 일반 진공청소기가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는 말에 35만원을 들여 특수 필터가 장착된 중고제품을 구입했다. 의류 건조기에 들인 50만원은 창문 개방이 여의치 않은 현실에서 불가피한 지출이었다. 요리할 땐 베란다로 옮겨 둔 가스레인지와 오븐 대신 전기레인지(인덕션)를 주로 사용한다. 김씨는 “다 돈이다. 공기청정기와 청소기용 필터, 일회용 마스크 등 유지비용도 부담스럽지만 알아서 생존하려면 어쩔 수 없지 않나. 이런 환경에서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 이민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다”고 말했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도현 인턴기자
등록: 2017.05.18 04:40 수정: 2017.05.18 04:40 박서강 기자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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