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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유람선 참사] 사고 사흘째인데‘유실 방지용 그물망’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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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유람선 참사] 사고 사흘째인데‘유실 방지용 그물망’조차 없었다

입력
2019.05.31 08:33
수정
2019.05.31 22:4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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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크레인ㆍ잠수부 등 준비 불구 시야 확보 안돼 빠른 성과 미지수

30일 오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잠시 비가 그치면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침몰 장소인 다뉴브강 머르기트다리의 우측 세 번째 교각 부근에서 경찰특공대 잠수요원과 군 장병들이 수중 선체 및 실종자 수색을 위한 잠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잠시 비가 그치면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침몰 장소인 다뉴브강 머르기트다리의 우측 세 번째 교각 부근에서 경찰특공대 잠수요원과 군 장병들이 수중 선체 및 실종자 수색을 위한 잠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헝가리 구조당국이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29일(현지시간) 발생한 한국인 관광객 탑승 유람선 침몰 사고의 실종자를 찾기 위한 선체 내부 수색과 함께 선체 인양 준비도 시작했다. 궂은 날씨 등 악조건에서 분전하고 있다지만 벌써부터 부실한 초기 대응으로 실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조당국은 참사 발생 사흘째가 되도록 강 하구에 유실 방지용 그물망조차 설치하지 않았고 가해 선박의 상업운항마저 허용했다.

31일 낮 12시 45분쯤 헝가리 경찰 소속 잠수부들은 다뉴브강의 머르기트다리에서 남쪽으로 약 10m 떨어진 지점에서 선체 내부 수색을 시도했다. 침몰 사고 이후 침몰된 선체 수색 시도는 처음이었다. 구조당국은 이 지점에서 선체가 가라앉은 구체적인 위치와 선체 내부에 실종자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그간 음파탐지장비 등을 적극 활용해왔고 이날은 잠수부까지 투입한 것이다. 잠수부원들의 활동은 향후 진행될 선체 인양 작업 준비단계의 성격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당분간은 선체 내부 수색과 인양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폭우는 잠시 멈췄더라도 강물의 수위와 물살의 세기, 수중 시야 등 어느 것 하나 수월한 게 없기 때문이다. 민간 잠수업체 다이빙 아일랜드의 리차드 쇼프론 경영이사는 헝가리 국영 M1방송 인터뷰에서 “잠수부가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수위보다 2m나 높은데다 유속이 빠르고 시야도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실제 다뉴브강의 수위는 5월 중 잦은 비로 평소 수위(4.5m)를 진작 넘어 6m에 육박한데다 상류인 오스트리아 쪽에서 빗물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유속도 시속 9∼11㎞로 잠수가 쉽지 않고, 수면 바로 아래조차 10㎝ 앞을 가늠하기 힘들 만큼 탁한 상태다. 10~12도인 수온 역시 녹록치 않다.

사고 현장 지휘를 위해 이날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페테르 시야트로 헝가리 외교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헝가리 측에 실종자 수색 작업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협조해 주실 것을 요청했다”면서 시신 유실 방지 노력과 다뉴브강 하류 지역 인접국과의 협조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까지 다뉴브강 그 어디에도 유실 방지용 그물망이 설치되지 않았다. 실종자들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갔을 가능성이 큰 강 하류에는 오히려 대형 여객선들이 오가고 있었다. 사고 직후 침몰 지점에 부표가 설치됐지만 급류 조건에서 실종자 수색과 구조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는 정작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허블레아니호를 후미에서 들이받아 침몰시킨 스위스 국적의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는 이날 새벽 승객 180명을 싣고 독일로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승객들의 사정에 따라 불가피한 출항일 수 있겠지만 수십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의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해 선박의 상업활동을 허용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세월호 참사 당시 다양한 작전을 폈던 잠수요원들이 포함된 우리 정부의 신속대응팀이 이날 현장에 도착했으나, 유속이 빨라 곧바로 투입되진 못했다. 부다페스트에는 이번 주말 또다시 뇌우와 소나기가 예고돼 있어 우리 구조대는 일단 주말까지 보트를 이용해 수색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부다페스트=김진욱ㆍ홍인택 기자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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