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의 피의자인 고유정(36)이 범행 당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청소물품을 제주시내 모 대형마트에서 반품하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제주동부경찰서는 10일 고씨의 범행 직후 행적을 담은 CCTV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범행 사흘 후인 지난달 28일 오후 3시28분 제주시내 모 대형마트에서 촬영된 것으로, 고씨가 표백제와 락스, 테이프 등을 반품하는 모습이 담겼다. 환불 받은 금액은 2만6,000원 가량이다.
앞서 고씨가 범행 전인 22일 오후 같은 마트에서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흉기와 표백제, 고무장갑, 종량제 봉투 등을 구입하는 모습도 촬영됐다. 고씨가 구입한 물품들은 시신 훼손과 현장 증거인멸을 위한 청소작업 등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고씨가 범행 후에 다시 들른 해당 마트에서 범행 증거 인멸에 사용한 후 남은 용품들을 반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표백제 등을 구입한 이유를 묻자 “청주 집에 냄새가 나서, 평소에 쓰려고 샀다”고 답변했고, 환불한 이유에 대해서는 “시신 옆에 있던 것이어서 찝찝해 환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이날 고씨의 차량에서 압수한 이불에 묻어있던 피해자의 혈액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정을 요청한 결과 수면제 '졸피뎀' 성분이 검출됐다는 회신을 받았다. 피해자의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돼 고씨가 범행에 약물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키 160㎝, 몸무게 50㎏가량의 왜소한 체구를 가진 고씨가 체력과 체격에서 차이가 나는 키 180㎝, 몸무게 80㎏인 전 남편을 공범 없이 어떻게 혼자서 살해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왔다.
경찰 수사 결과 고씨는 제주로 내려오기 전날인 지난달 17일쯤 청주시내 한 병원에서 수면제 처방을 받고, 인근 약국에서 졸피뎀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감기 등 증세로 약 처방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이후 약 사용처나 잃어버린 경위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국과수에 피해자 혈흔에 대한 약독물 검사를 의뢰한 결과 당초 혈액이 미량이라 약독물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의견이었지만, 정밀 재감정을 통해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음을 밝혀낸 것”라고 전했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A(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ㆍ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고씨가 범행 전 범행도구들을 준비한 점과 휴대폰으로 살인도구와 시신유기 방법 등을 검색한 사실 등을 바탕으로 고씨가 치밀하게 계획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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