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 지급된 정부 지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최지경 판사는 2012년 6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위안부 피해자 이귀녀 할머니에게 지급된 지원금 2억 8,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횡령)로 기소된 김모(74)씨에 대해서 “(피해 할머니)는 지원금의 처분 권한을 (김씨에게) 위임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죄의 근거로 지원금 사용과 관련해 피해 할머니의 추정적 승낙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최 판사는 “2011년 3월쯤 한국에 입국한 피해자는 아들에게 피고인이 많이 도움을 줬고 이는 돈으로 갚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지원금은 피고인에게 모든 걸 맡긴다고 말했다”며 “이런 피해자 언행을 볼 때 (지원금 사용에 대한) 추정적 승낙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씨가 이 할머니의 국적 회복과 피해자 등록 절차를 돕고, 입원치료를 돕는 등 사실상 보호자 역할을 했고 지난해 12월 이 할머니 사망 후에는 상주 역할을 하며 장례를 치른 사실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최 판사는 “(김씨는) 입국 당시 고령으로 하반신이 불편해 휠체어를 사용했던 피해자를 중국에서 모셔오고 건강이 악화되자 입원 치료를 받게 하는 등 유일한 보호자로 비용을 일체 부담하며 제도적 도움을 받도록 도왔다”며 “피해자의 아들도 피고인이 보관하는 지원금에 대해서 돌려달라고 할 생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중국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국내로 데려오고 정착을 도와온 김씨는 민간단체 제보를 받은 여성가족부 수사 의뢰로 수사를 받아왔다. 앞서 검찰은 김씨에 대해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 금액이 큰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김씨는 이날 선고 이후 취재진과 만나 “바른 판결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판결 내용과 조금도 차이 없게 앞으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생각했던 대로 일을 진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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