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대표 “소녀상은 위안부 운동 30년 상징… 엄중 처벌해야”
경기 안산의 ‘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는 등 조롱한 4명의 남성이 모두 한국인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소식을 접한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대표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소녀상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위안부 운동 30년의 상징”이라며 “소녀상에 침을 뱉은 행위는 곧 위안부 역사에 대한 ‘폄훼’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안산상록경찰서는 6일 오전 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은 A(31)씨 등 20~30대 남성 일행 4명을 모욕죄 혐의로 입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 일행은 이날 오전 0시 5분쯤 4호선 상록수역 광장에 설치된 소녀상에 침을 뱉었다. 당시 길을 지나던 시민이 이들을 제지하자 한바탕 시비가 붙은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 광경을 목격한 시민 2명이 각각 경찰에 신고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행 중 한 명이 일본어를 구사해 경찰은 이들이 일본인일 것으로 추정했다.
신고 즉시 현장에서 도주했던 A씨 일행은 사건발생 15시간 만인 오후 2시 20분쯤 검거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모두 한국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술에 취해 소녀상에 침을 뱉었고, 일본어를 할 줄 알아서 일본어를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이들의 행위는 결코 ‘술김’이었다는 이유로 용서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윤 대표는 “소녀상은 30년 위안부 투쟁의 역사적 상징이자, 이 문제를 기억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결의와 같다”며 “이들의 행위는 폄훼에 가깝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술김에 그랬다’는 핑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며 “고통을 겪는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팽배해진 사회 분위기가 매우 염려스럽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세월호 유가족, 위안부 등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멸시를 볼 때마다 깊은 회의감이 든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이용자는 “소녀상, 더 나아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욕한 이들 모두를 본보기 삼아 엄중 처벌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 관계자는 침을 뱉은 대상이 조형물이지만 모욕죄가 성립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녀상에 침을 뱉은 것은 이 조형물 건립에 참여한 시민들과 위안부 피해자들 모두를 모욕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상록수역 소녀상은 지난 2016년 8월15일 '제71주년 광복절'을 맞아 시민들 캠페인과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건립됐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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