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아이도 잘못하면 사과해요. 상처, 아픔, 고통을 치유해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요.” “일본 불매운동은 정당한 반응이고, 국민들의 경고 메시지에요. 정부나 정당 차원에서 이성적 해법을 고민해야 해요.”
7일 정오 즈음 비가 살짝 흩뿌린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아직 앳된 얼굴의 아이들이 하나 둘씩 밀려들었다. 그들 손엔 ‘오늘이 마지막 수요일 집회이기를’ ‘잃어버린 청춘을 되돌려 주세요’ 같은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종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열리고 있는, 1,399번째 정기 수요집회였다. 이날은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개학을 일주일 앞둔 학생들이 참여해서다.
학생들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에서 배제하기로 한 아베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면서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세종시 아름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박수빈(16) 양은 자유발언대에 서서 “화이트국가 배제할 시간에, 소녀상 철거로 징징댈 시간에 사과를 고민하라”고 일침을 가한 뒤 “피해 할머니들이 언제까지 이 더운 날 시위를 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경북 영천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종경(17)군은 “학생으로서 작게나마 실천하고 싶어서 수요집회에 왔다”며 “경제보복 같은 일본의 만행이 앞으로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위안부 할머니를 추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전북 서림고등학교에서 인권동아리 ‘너나우리’를 하고 있는 박신아(16)양은 “진심 어린 사과도 받지 못한 채 할머니들 몇 분은 우리 곁을 떠났다”며 “우리가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경기 평화나비에서 활동하는 임소민(17) 양은 “할머니들의 청춘을 빼앗고 인권을 무시한 일본의 사죄는 합당한 일이지 우리가 부탁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지난 일요일에 피해자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셔서 이제 생존자 할머니가 스무 분 남았다”며 “우리가 책임감을 갖고 사죄의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기억연대는 다음 주 수요일인 14일 1,400번째 수요집회를 주최한다. ‘세계 위안부 기림일’이기도 한 이날을 전후해 국내 13개 도시와 세계 8개국 20개 도시에서 각종 전시와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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