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동아리 고교생이 구청 홈페이지에 건의… 올해 1월 건립추진위 결성 후 결실
서울 송파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인 14일 송파책박물관 앞 정원에서 ‘송파 평화의 소녀상’ 건립식을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송파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해 7월 지역 내 보인고등학교 역사동아리 학생들이 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 코너를 통해 건의한 데서 시작됐다. 10대 소년들 의지는 건립추진 서명운동으로 이어졌고, 올 1월 말 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며 본격 추진됐다.
이후 지역의 문화ㆍ종교, 여성ㆍ소년, 소상공인, 시민단체 등 131개 단체가 동참, 6개월간 시민 성금 1억원을 모았다. ‘송파 평화의 소녀상’은 역사와 문화 기록의 상징을 갖고 있는 송파책박물관 앞에 설치된다. 평화의 소녀상 조형물과 함께 메모리얼 가든 개념으로 정원을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소녀상은 앞을 응시하는 눈과 꼭 다문 입, 앞으로 내민 오른손과 도약을 준비하는 왼발 등을 브론즈 캐스팅(450×750×1400㎜)으로 형상화했다. 시대의 풍파를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소녀의 용기와 다짐을 표현했다. 김문정 작가가 제작했다.
함께 조성되는 정원은 ‘기억과 인권과 평화의 정원’으로 명명됐다. 규모 261.5㎡로 평화의 소녀상을 배경으로 누구든 편하게 앉아 대화하고 사색할 수 있는 석재 조형물들이 곳곳에 설치돼 구민이 직접 수목을 심고 가꿀 수 있도록 둔덕을 구성했다. 역사를 함께 공유하며 꽃과 나무를 통해 평화를 지지하고 후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행사는 전국 최초로 정원을 함께 조성하는 만큼 조형물에 집중되는 ‘제막식’이 아닌 ‘건립식’으로 진행된다. 14일 오전 10시30분 송파구민과 관련 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식전공연, 본 행사, 퍼포먼스 '풀:다'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퍼포먼스 '풀:다'는 일반적인 테이프 커팅식을 벗어나 참석자 모두가 함께한다.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를 접목시켜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恨)을 풀어내는 춤 공연을 참석자들과 함께하며 평화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의미를 전달할 예정이다. 송파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측은 “더 많은 사람들과 ‘평화의 소녀상’ 의미를 공유할 수 있도록 메모리얼 가든의 개념을 도입하게 됐다”면서 “함께 조성된 정원까지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봐 달라”고 전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송파 평화의 소녀상’에는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68만 구민의 의지와 평화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며 “앞으로 우리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는 '공감과 공유의 공간'으로 자리잡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중 19개 자치구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했거나 설치를 추진 중에 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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