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반응에 “한국 팬들, 보지 말라 해도 내 작품 볼 것” 비아냥도
“더러운 소녀상. 현대 미술에 요구되는 재미, 아름다움, 놀라움, 기분 좋음, 지적 자극성이 전무하며 저속해 진절머리밖에 안 난다.”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 캐릭터 디자이너인 사다모토 요시유키(57)가 ‘평화의 소녀상’을 두고 막말에 가까운 비판을 해 한국 팬들의 반발을 샀다. 그는 특히 한국 팬들을 향해 “보지 말라 해도 (내 작품을) 볼 것 아닌가”라고 조롱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다모토는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비롯해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아이’, ‘썸머워즈’ 등을 작업했고, 2020년 ‘에반게리온’ 새 극장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다모토는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더러운 소녀상, 천황의 사진을 불태우고 발로 밟는 영화, 그 나라의 선동 모음, 대놓고 표절”이라고 비판했다.
온라인에서는 사다모토가 언급한 영화가 지난달 개봉한 영화 ‘주전장’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주전장’은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의 작품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인터뷰 등을 엮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국내 60개 상영관에서 상영해 개봉 2주 만에 관객 2만명을 동원했다.
또 그는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가) 도큐멘타나 세토우치 예술제같이 성장하기를 기대했는데 유감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지적한 소녀상은 일본 아이치현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일본 정치권 등의 반발에 막혀 사흘 만에 전시가 중단됐다.
한국 누리꾼의 반발이 이어지자 사다모토는 같은 날 “나는 한국 아이돌 가수도 좋아하고 예쁜 것은 예쁘다고 솔직하게 말한다”며 “(소녀상은) 조형물로 매력도 없고 만듦새가 지저분하다고 느꼈는데, 실제로 본다고 인상이 달라질까?”라고 글을 올렸다. 이어 “모델이 된 분이 있다면 죄송하다”면서도 “솔직히 예술로서의 매력은 나에겐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내 팬들을 다수 보유한 그가 내년 새 작품 공개를 앞두고 혐한에 가까운 발언을 하자, 온라인에서는 사과 요구가 빗발쳤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에반게리온’ 관련 불매운동이 전개될 조짐까지 일고 있다. 더 나아가 일본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모두 보이콧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10일 자신의 SNS에서 한국 팬들을 향해 “(‘에반게리온’ 신작은) 보고 싶으면 봐도 되고, 보기 싫으면 안 봐도 된다. 난 신경 안 쓴다”라며 “근데 보지 말라 해도 볼 거잖아”라고 밝혔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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