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치현의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출품됐다가 일본 정치권의 압력으로 사흘 만에 자취를 감췄던 ‘평화의 소녀상’이 스페인에 새 보금자리를 틀게 됐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출신 영화제작자이자 독립언론인인 탓소 베넷은 최근 아이치 트리엔날레 측이 전시를 중단한 평화의 소녀상을 사들였다. 그는 소녀상 전시 중단에 대해 “예술작품이 검열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검열에 반대하는 주제의 전시도 끝났기 때문에 이중적인 모순”이라고 비판하면서 “많은 이들이 이에 격분했다는 기사를 읽고 지난주 작가들과 접촉해 작품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소녀상은 바르셀로나에서 내년 개장을 목표로 건립 중인 ‘자유 미술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미술관에는 소녀상 외에도 중국 반체제 작가인 아이웨이웨이(艾未未)의 레고 작품과 미국 화가 일마 고어가 그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물화 등 세계 각국의 작품 60여점이 함께 전시된다. 모두 예술계 검열에 저항하고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작품들이다.
베넷은 “1년 반 전부터 정치적, 윤리적, 도덕적, 성적 등 이유로 비난 받는 작품들을 구입하기 시작했다”며 “이제 전시장은 물론 세계 미술계의 검열과 관련된 아카이브를 운영할 만큼 충분한 작품과 자료를 모았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인 그는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독립을 추진하다 기소돼 감옥에 간 정치인들의 초상 사진 전시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1일 개막한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표현의 부자유전ㆍ그 후’ 기획전에 출품됐지만 3일만에 전시가 중단됐다.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우익 세력의 테러 협박을 이유로 들었으나 배후에는 아베 정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각국 예술인들의 항의와 전시 재개 요청이 이어지는 등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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