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한 공원에 독립운동가와 소녀상, 친일행적 인물의 동상이 함께 모여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다. 시는 홍난파 동상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5일 시에 따르면 수원시청 맞은편 88올림픽 공원에 소녀상과 함께 수원출신의 임면수 선생, 친일행적의 작곡가 홍난파 동상이 거리를 두고 모여 있다.
공원 초입에 있는 소녀상에서 30m 정도 거리에 임면수 선생(1874~1930) 동상이, 동상에서 대각선으로 70m 거리에는 홍난파 동상이 각각 서 있는 것이다.
수원평화비(평화의 소녀상)는 시청 맞은편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다 보면 우측에 설치돼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것으로 2014년 5월 3일 수원시민 1만2,000여 명이 성금 7만원을 모아 건립했다.
소녀상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공원 광장 한 켠에 책을 든 임면수 선생의 동상이 앞을 향해 정진해 나가는 모습으로 서 있다. 임 선생은 수원 출신의 대표적 독립운동가이자 근대교육가다.
임 선생은 서울 상동청년학원을 수료한 뒤 고향으로 내려와 개인재산을 털어 지금의 삼일학교를 설립해 교육 계몽 활동을 펼쳤다. 또 수원지역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했으며 1911년 만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 교장으로 독립군을 양성했다.
1921년 만주 지린에서 체포돼 옥고를 치르고 반신불수로 석방, 1930년 고문 후유증으로 수원에서 사망했다. 정부는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임 선생의 동상은 2015년 광복절 당일 현재의 자리에 세워졌다.
독립운동가 임 선생의 동상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7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친일행적이 밝혀져 논란이 된 수원 출신의 작곡가 난파 홍영후의 동상이 서 있다. 홍난파의 동상은 1989년 10월 14일 세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두 동상 사이에는 나무 등으로 가려져 있어 서로 보이지는 않는다.
홍난파는 1937년 독립운동단체인 수양동우회 회원이라는 이유로 검거됐지만 이후 친일음악가로 변절, 일제강점기 친일단체인 국민총력조선연맹의 문화위원으로 활동하며 친일 작품을 발표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009년 ‘친일인명사전’에 홍난파를 명단에 올렸다.
한 공원에 독립운동가 및 소녀상과 친일행적 인사가 함께 동상이 있다는 사실에 시민들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시민 이모(46)씨는 “공원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그곳에 그런 동상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며 “한 공원에 3개 동상이 함께 있다는 건 적절하지 않은 만큼 (홍난파) 동상을 옮기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임면수 선생 동상 제막식 이후 꾸준히 제기돼 온 민원이어서 홍난파 동상을 이전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동상 이전 등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현재의 시 차원에서 올릭픽공원을 평화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데 이 경우 공원의 일부 시설물 등이 자연스럽게 재배치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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