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맞아 3년여 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미 워싱턴DC의 ‘평화의 소녀상’이 잠시 바깥나들이를 나왔다. 이 소녀상은 2016년 10월 워싱턴으로 보내졌지만 일본 측의 방해로 지금까지 안착할 곳을 찾지 못하고 창고에 보관되어 왔다.
미 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이하 정대위)와 워싱턴 희망나비 활동가 20여명은 광복절인 15일(현지시간) 정오 워싱턴 일본대사관 앞으로 집결했다. 일본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배상과 전쟁범죄 사죄를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한 이들은 32개월 동안 자리를 찾지 못한 소녀상이 차량에 실려 나오자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소녀상과 함께 일본대사관 앞에 선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끔찍한 전쟁범죄의 피해에서 진정으로 해방됐는가, 그렇지 않다”고 외치면서 “일본이 전쟁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한 해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대사관에서는 직원 몇 명이 문밖으로 나왔지만, 집회를 제지하지는 않았다.
소녀상을 실은 차량은 집회 이후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을 거쳐 백악관을 지나치며 동포들의 환영을 받았다. 이후 인근 버지니아주 교회로 향한 소녀상은 사진 촬영을 하려는 시민들과 만났다. 이정실 워싱턴 정대위 회장은 “(소녀상이) 광복절에 햇빛을 보고 대중과 만나게 하기 위해 공공장소로 나왔다”고 말했다. 소녀상은 짧은 광복절 일정을 마치고 이날 보관용 창고로 돌아갔다. 워싱턴 정대위측은 올해 안에 소녀상이 영구적으로 안착할 장소를 물색 중이다.
워싱턴=송용창특파원 hermeet@hankookibl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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