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전문조사단 브리핑 통해 결과 발표, 인체 유해 여부 설명 못해 주민 ‘항의’ 얻기도
경북 포항에서 수도 필터 색이 단시간 검게 변하는 수돗물 이상 신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원인은 관속 ‘망간’ 때문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유해성 여부는 설명하지 못해 주민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포항시 수돗물 민간전문조사단(이하 조사단)은 22일 포항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수돗물 필터 변색 원인은 망간으로 확인됐다”며 “수도관 속에 쌓인 망간이 다량 유출돼 수도 필터의 색이 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피해 신고가 많은 오천읍은 유강정수장의 물길 끝 지점에 속하는 지역으로 유속이 낮은 정체 구간이다”며 “망간이 지속적으로 퇴적돼 있다가 갑작스런 유량과 유속으로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단은 단기 개선책으로 지속적으로 관 세척을 실시할 것과 피해신고가 가장 많은 남구 오천읍 지역 관로를 순환형으로 개선할 것, 저수조 청소 주기를 재조정할 것으로 제안했다. 또 중장기 개선책으로는 오천읍 지역에 배수지를 신설하고 노후 배관 개선 등 대규모 투자방안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이와 함께 포항시에 수돗물 사태의 경과와 교훈사항을 정리하는 백서 발간을 건의했다.
하지만 조사단은 주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망간의 농도와 인체 유해 여부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고, 브리핑을 지켜보던 오천읍 주민들로부터 항의를 얻었다.
조사단장인 서정인 영남대 교수는 수돗물 음용 여부에 대해 “먹는 물 수질 기준은 체중 60㎏의 성인에게 해가 없는 안전한 수준으로, 망간 농도가 법적 수질 기준 이내면 마실 수 있다”면서 “기준치 이내의 양호한 수돗물도 지속적으로 필터를 거치면 색이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남구 오천읍 한 주민은 검게 변한 필터를 들고 “몇 시간 만에 검게 변할 정도로 수돗물 상태가 나쁜데 마셔도 된단 말이냐”며 “어린 아이도 있는데 이런 물로 씻겨도 되는 건지 답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수돗물 사태 이후 많은 아이들이 피부질환을 앓고 병원에 다니고 있다”며 사진이 담긴 휴대폰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포항 남구 일원에서는 이달 초부터 최근까지 수도꼭지나 샤워기에 설치한 필터가 며칠 만에 검붉게 변하고 물티슈를 물에 몇 분간 대면 얼룩이나 찌꺼기가 생긴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포항시에 따르면 5일부터 21일까지 접수된 민원은 남구 오천읍을 중심으로 상대동과 동해면, 대잠동 등에서 1,221건이나 된다. 피해 신고 지역은 모두 남구 연일읍 유강정수장의 물을 공급받는 곳이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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