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동맹국 간 조율과 미국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가 ‘뇌사(brain death) 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공개된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을 방어하기 위해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할 수 없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나토는 최후 보루의 보증인이 제대로 기능해야 가능하다”면서 “미국의 헌신을 고려해서 나토의 현실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급작스럽게 시리아 북부에서 미군 철수를 지시함으로써 동맹을 저버렸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나토로부터 ‘등을 돌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시리아 철군, 파리협약 탈퇴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일방적인 ‘고립주의’를 대놓고 비난한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일들이 중국의 부상, 러시아와 터키의 권위주의 체제로의 전환, 그리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에 의해 유럽이 약화하고 있는 시점에 벌어지고 있다며 우려했다. 그는 “우리가 깨어나지 않으면 지정학적으로 사라지거나, 우리 운명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유럽이 ‘벼랑 끝’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전략적 독자성’을 목표로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 중국 등의 위협에 맞설 유럽 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반박했다.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을 한 메르켈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문제가 있을지라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나토는 유럽의 안보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역시 “유럽을 북미와 멀어지게 하려는 시도는 동맹을 약화시킨다. 우리는 함께 일어나야 한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나토는 여전히 중요하고 역사상 가장 소중한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 중 하나”라고 말하면서도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신문은 나토 동맹국을 비판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마크롱 대통령의 이 같은 비판이 더해지면서 내달 열릴 나토 정상들 간의 창립 70주년 기념 만남에도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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