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연초부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순풍을 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야심작 공개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반면 핵심 생산 기지를 중국에 둔 애플이나 화웨이, 샤오미 등 경쟁사의 경우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 코로나) 여파에 흔들리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5G폰 수요 급증 전망과 함께 수혜가 점쳐진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중국 의존도가 낮은 삼성전자가 이미 주도권을 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1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가진 갤럭시 S20 Z플립 공개(언팩) 행사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새로운 10년의 시작, 모바일업계 판도 변화’란 의미를 부여하면서 준비된 이번 행사는 올해 스마트폰 중심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에 오른 노태문(52) 사장이 직접 진두 지휘했다. 50대 초반임에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에 전격 발탁된 노 사장은 2010년 선보인 ‘갤럭시S’를 시작으로 10년 동안 갤럭시 시리즈 개발을 주도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4개 부문에서 수상을 거머쥔 아카데미 시상식에 깜짝 등장한 ‘갤럭시 Z플립 티저 영상광고’ 역시 노 사장 작품이다. 삼성전자는 충분한 초도 물량 확보를 배경으로 언팩과 출시일 간격을 이전보다 대폭 단축시키면서 흥행몰이에 나설 태세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 경쟁사들은 신종 코로나 악재로 직격탄을 맞은 양상이다. ‘글로벌 언팩 시즌’에 들어섰지만 잇따라 위축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보다 하루 앞서 신제품인 ‘미(Mi) 10’을 선보일 예정이었던 샤오미는 13일 온라인 공개 행사로 한발 물러섰다. 일부 외신에선 중국 현지에서 제품 공개 행사를 계획했던 샤오미가 신종 코로나로 취소했다고 전했다.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의 언팩 무대로, 이달 24~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릴 예정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0’ 행사의 축소 움직임 역시 이들 업체에 부정적이다. 이미 LG전자와 에릭슨, 소니 등 대형 업체들은 임직원 및 고객 안전을 이유로 MWC2020 행사에 불참을 선언했다. 중국 ZTE 역시 MWC2020의 주요 행사로 준비했던 신형 스마트폰 공개 행사 계획을 접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애플 또한 마찬가지다. 당초 이달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 SE2의 대량 생산에 이어 3월엔 글로벌 신제품 출시를 계획했지만 당장 생산 기지인 폭스콘과 페가트론 등 중국 공장의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서 물량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폭스콘에 주요 제품 생산을 위탁하고 있는 화웨이나 샤오미 등도 비슷한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기지를 베트남과 인도 등으로 분산시킨 삼성전자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수혜를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샌프란시스코(미국)=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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