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모두 국내 보관… “정부, 감시사회 꿈꾸나” 우려도
세계 2위 ‘인터넷 강국’인 인도가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주권을 명분으로 자국에 진출한 정보기술(IT) 기업들을 향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모두 내로라하는 공룡업체가 대상이다. 표면적으론 인도 밖으로 고유 데이터를 빼가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이나 정부의 정보수집 권한을 대폭 강화한 조항도 끼워 넣어 의도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27일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현재 의회에 상정된 ‘개인정보보호법(PDPB)’ 개정안을 비롯해 IT 업체들의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 중이다. 정보 수집 절차를 투명하게 하고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 이른바 ‘데이터 현지화’를 높이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
기업들은 특히 데이터 이전 금지 규정 탓에 속을 썩고 있다. 새 법안이 만들어지면 인도 정부가 ‘중요 정보’로 정한 데이터는 무조건 현지에서 보관ㆍ처리해야 한다. 미국 CNN방송은 “당연히 서비스 운영에 불편이 생기고 추가 운영비 부담도 커질 게 불 보듯 뻔하다”며 “그렇다고 무려 5억6,000만명에 달하는 인도의 인터넷 고객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IT 전문가들은 인도 정부가 기업들을 빌미로 당국의 개인정보 접근을 더욱 쉽게 하는 꼼수가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 정보가 죄다 인도 내 서버에 저장되는 데다, 사법기관이 범죄 조사 등을 이유로 자료를 요청하면 업체들은 꼼짝없이 응해야 하는 탓이다. 힌두스탄타임스는 “정부의 ‘설명되지 않는’ 개인정보 수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아예 인도가 중국과 같은 ‘감시사회’를 꿈꾸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미 비영리단체 ‘소프트웨어자유법률센터(SFLC)’의 공동 설립자 미시 처드리는 “시민을 감시하고 싶어하는 정부는 기술을 통제에만 이용한다”면서 “(인도 법안을) 중국의 권위주의적 인터넷과 비교하는 건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인도의 데이터 규제 강화 구상은 미국과의 무역마찰로 확전될 가능성도 크다. 거대 IT 기업 대부분이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최근 PDPB 개정안과 관련해 “새 법안이 양국의 무역협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며 “데이터 보안 등 여전히 의문점이 많은 규제책인 만큼 다양한 국제적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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