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총회 행정서무직 김모씨… 목소리 또렷해 발탁됐을 뿐”
2일 이만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의 기자회견 자리에는 한 여성이 배석했다. 이 여성은 귀가 어두운 이 총회장 바로 옆에서 질문을 다시 전달하는 역할을 주로 했지만, ‘감히’ 이 총회장의 대답을 막거나 발언을 정정하기도 했다. 누구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줄곧 신천지 문제를 파헤쳐 폭로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종말론사무소’의 윤재덕 소장은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모씨인데 신천지에서 행정서무라는 직책을 갖고 있다. 교적부 입력과 출석 관리, 공지를 알리는 게 임무”라고 말했다. 그는 “김남희씨 탈퇴 뒤 이 총회장 옆에서 세력으로 급부상한 사람 중 하나”라며 “유력한 세력을 갖고 있는 권모 서무도 있는데 서무들 권력이 막강해 12지파장도 이 총회장의 심기나 의중을 알려면 서무들을 통해야 한다고 들었다”라고 전했다. 신천지 내에서 세계여성평화그룹 대표를 맡았던 김남희씨는 한때 신천지 2인자로 불렸지만 이 단체를 탈퇴한 뒤 이 총회장과 신천지와 관련한 폭로를 이어오고 있다.
윤 소장과 함께 출연한 신천지 총회 교육장 출신 신현욱 목사는 “제가 있을 때부터 요한 지파 서무를 보던 자매인데, 김남희 탈퇴 후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실세가 될 것 같다. (이 총회장과) 가까이, 24시간 같이 있다. 내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신 목사는 20년 동안 신천지에서 서울교회 목사와 총회 교육장 등으로 활동하다 2006년 탈퇴 뒤 ‘신천지문제전문상담소’를 운영해 오고 있다.
실제 전날 이 총회장 기자회견에서 김씨가 한 일을 보면 이런 분석이 그럴싸하다. 주변 집회 소음 등으로 잘 들리지 않는 취재진의 질문을 가까이에서 이 총회장에게 전달하는 게 그의 주된 역할이었지만, 전부가 아니었다. ‘본인이 영생불사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답변 안 하셔도 된다. 질문 아니다”라며 이 총회장의 답변을 제지했다. 기자회견 장소인 경기 가평군 ‘평화의 궁전’에 언제 왔냐는 질문에 이 총회장이 “(2월)27일에 왔다”고 하자 김씨가 “17일”이라고 정정했다. 이 총회장이 평화의 궁전에 온 뒤로 ‘갔다 왔다’라며 자가격리를 하지 않은 듯한 답변을 내놓자 “움직이지 않고 여기에 있었다고 하세요”라며 이 총회장에게 사실상 답변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천지는 해당 여성이 조직 실세라는 세평을 부인한다. 신천지 측에 따르면 김씨는 현재 과천 신천지 총회 본부 행정서무 직책을 맡고 있다. 신천지 관계자는 이날 본보에 “요한 지파 과천교회에서 행정서무를 오랫동안 본 성도인데 외부에서는 2인자라고 이야기하지만 하나님 나라에서 서열이 있을 수 없고 다만 직책이 있을 뿐”이라며 “원장 직책을 맡은 뒤 교만해진 김남희씨와 달리 겸손하고 직책 활동은 물론 신앙 생활도 열심히 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웅성웅성한 곳에서 듣는 데 불편함을 느끼시는 총회장님을 목소리가 또렷한 김씨가 옆에서 도왔을 뿐 다른 의미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사무실에 손님이 오면 다과를 내주는 일은 해도 24시간 수행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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