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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 뒷짐 대참사 발생…한마음아파트 확진자 쏟아지는데 2주간 파악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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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 뒷짐 대참사 발생…한마음아파트 확진자 쏟아지는데 2주간 파악 못해

입력
2020.03.08 18:51
수정
2020.03.08 20:5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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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몰랐다” “지역감염 단계라 개별동선 파악 의미없어” 황당한 해명

지난달 19일 확진자 처음 발생 후

40여명 늘어난 이달 4일 코호트 격리조치

주민 142명 중 46명 확진 판정

신천지 연관성도 7일에야 공개

신종 코로나 확진자 46명이 무더기로 나와 코호트 격리 중인 대구 달서구 한마음아파트 전경. 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신종 코로나 확진자 46명이 무더기로 나와 코호트 격리 중인 대구 달서구 한마음아파트 전경. 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46명이 발생해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된 대구 한마음아파트 사례가 대표적인 방역관리 ‘인재(人災)’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같은 곳에서 확진자가 쏟아지는데도 방역당국은 2주가 다되도록 인식조차 못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참사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신천지 교인들이 자가격리 수칙을 지키지 않고 아파트 내부에서 가정예배 등 접촉을 이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데다, 확진자가 속출하는데도 외부인이 별다른 통제를 받지 않고 출입해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40여명 규모로 늘어난 이달 4일에야 코호트 격리가 시작되면서 확산 차단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8일 대구시에 따르면 달서구 성당동 대구종합복지회관 내 임대아파트인 이 아파트에서 주민 142명 중 4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9명은 입원했고 34명은 생활치료센터, 1명은 경북 경산, 실제 거주지가 다른 1명은 자가격리 중이며 1명은 완치됐다.

이날 아침에도 입주자 20명이 ‘제천’이라고 쓰인 버스를 타고 굳게 닫힌 복지회관 문을 빠져나가면서 아파트는 외부와 차단된 도심 속 섬이 됐다.

35세 이하 미혼 근로여성만 입주할 수 있는 이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대구 최초, 국내 31번째 확진자 발생 다음날인 지난달 19일이다. 그후 21, 23일 각 1명, 24일엔 13명이나 발생했고 이달 5일까지 하루 이틀 단위로 1~8명의 확진자가 끊임없이 추가됐다.

방역당국은 확진자 40여명이 발생한 후인 4일에서야 이들이 한마음아파트 주민이란 사실을 파악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당시에는 하루에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던 초기라 개별적인 동선을 파악해 연관관계를 밝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파악 직후 이 아파트 입주민 전원에 대한 검체 검사와 신천지 신자 여부를 조사했다”고 말했다. 시 당국은 “확진자가 쏟아지고 지역감염 단계로 들어가면 개별 동선 파악이 크게 의미없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은 “아파트에 신천지 신자가 많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코호트 격리 여부를 고민하면서 시간이 걸린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조사 결과 입주민 3명 중 2명 꼴인 94명이 신천지 신자고, 확진자도 예외없이 신천지 대구교회를 다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구시는 4일 코호트 격리에 들어가고도 3일 후인 7일에야 뒤늦게 이 사실을 외부에 공개해 빈축을 사고 있다.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대구 달서구 성당동 한마음 아파트에서 확진자들을 이송하기 위한 관광버스가 나오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대구 달서구 성당동 한마음 아파트에서 확진자들을 이송하기 위한 관광버스가 나오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지상 5층 2개동에 단독 50세대, 2인실 49세대가 있는 한마음아파트는 신천지 교회의 타킷으로 손가락에 꼽혔다. 입주자를 상대로 전도 활동이 계속된데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직선거리 1.2㎞에 있는 아파트의 지리적 위치도 한 몫하고 있다. 2인실 17개의 확진자 34명이 모두 신천지 신자였다.

아파트에서 200m 거리의 문성병원과 문성교회에서도 확진자 21명과 사망자 1명이 나와 이 일대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대구에서는 또 신천지 대구교회 주변으로 확진자 5명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곳이 2곳, 4명 1곳, 3명은 7곳 등 집단거주하는 단독주택이나 원룸이 10곳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방역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대구시 관계자는 “확진자 3명이 같이 거주한다면 가족일 수 있지만 4명 이상은 신천지 신자끼리 공동거주 가능성이 높다”며 “집단거주지 파악에 나서고 있지만 한마음아파트 형태의 신천지 집단거주시설은 없다”고 말했다.

1985년 건립된 한마음아파트는 세대 당 36.36㎡ 규모로 단독세대의 월 임대료는 5만4,000원, 2인실 중 큰방은 3만2,000원, 작은방은 2만2,000원 수준이다. 2005년 조례를 개정해서 입주 자격을 33세에서 35세 이하로 완화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자가격리 중인 입주민 중 2인1실을 사용하는 17명도 별도의 시설로 이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대구=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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