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에 LG유플러스 판매점주가 글을 올렸다. 통신사가 금지하는 이른바 ‘가개통’ 방식의 영업을 했다가 적발돼 수백만원을 물게 됐다는 넋두리성 글이었다. 이 게시물은 순식간에 ‘LG유플러스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의 자극적 제목이 붙어 곳곳에 퍼졌다. 원문에 포함됐던 LG유플러스 발송 문서가 화근이었다. 가개통 의심 회선 적발을 판매점에 통보하는 이 문건엔 의심 근거로 통화 내역은 물론이고 접속 기지국 주소까지 적시했고, 이는 네티즌 사이에 “통신사가 경찰이냐” “개인정보 침해다” 등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LG유플러스가 휴대폰 가개통 판정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들여다 본다는 이용자들의 비판이 거세다.
가개통은 판매자가 지인 등의 명의로 ‘가짜 개통’을 해 통신사로부터 가입자 유치 대가(리베이트)를 챙긴 뒤 다시 해지하는 행위를 말한다. 통신 3사는 이를 불법ㆍ편법 행위로 규정하고 적발 시 리베이트 환수 조치를 취한다. 실제 가개통은 명의 도용 등 불법행위에 동원될 위험도 커서 통신 3사 모두 가개통 감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문제는 경쟁사들과 달리 LG유플러스는 가개통 모니터링 과정에서 접속 기지국을 비롯한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활용한다는 점이다. 28일 업계 취재 결과 LG유플러스는 가개통 의심 기준으로 월별 통화 횟수가 너무 적거나 통화가 특정 시간대에 몰리는지 여부와 함께 ‘한달 동안 한 기지국에서만 접속’을 가개통 의심 요건으로 삼는 걸로 확인됐다. 휴대폰 이용자가 통신한 기지국을 알면 자연스럽게 위치정보가 노출될 수밖에 없다. 판매점에 전달되는 가개통 의심 회선 목록에 ‘서울시 ○○구 ○○○로’ 식으로 구체적 주소가 표기되는 이유다.
반면 SK텔레콤과 KT는 가개통 적발 과정에서 ‘문자ㆍ통화 수발신 0건’ ‘개통 후 해지 반복’ 등 간단하게 조회할 수 있는 정보만 활용하고 있다. 두 회사는 모두 “기지국 정보는 확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병원에 입원했거나 사무실에서만 쓰는 업무용 폰이라면 한 기지국에만 접속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통신사가 위치정보, 통화내역 등 가입자 개인정보를 판매점에 전달한 점을 들어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통비법은 범죄수사 등 특정 사안이 아니면 통신 기록을 제3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선 이번 사안이 통비법을 어겼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대표변호사는 “판매점은 본사와 고객 업무 대행 계약을 맺은 업무 위ㆍ수탁 관계라 둘 사이에 통신 자료가 오가는 것은 제3자 전달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가개통 감시 과정에서 정상적 사용자의 개인정보도 열람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LG유플러스 가입자 사이에서는 최근 ‘LGU+검수센터’라는 곳으로부터 구매처, 거주지 등을 묻는 전화를 받았다는 경험담이 공유되면서 가개통 확인 작업이 대규모로 진행 중이라는 의심까지 나온다. 27일 해당 전화를 받았다는 직장인 A(31)씨는 “아무 문제 없이 사용 중인데 내 개인정보를 펼쳐놓고 취조하는 듯이 캐물어서 언짢았다”고 했다.
LG유플러스는 가개통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기지국 정보가 필요하며 다만 그 과정에서 보안을 위해 이름 등 개인 식별정보를 가리고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지국 위치가 표시되긴 하지만 번지수까지 구체적으로 노출되진 않는다”며 “기지국 정보를 제시하지 않으면 판매점들이 가개통이 아니라며 항의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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