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송환 여부 19일 심리... 검찰 “미국법 판단 따라야”
한국서 처벌 가능한 혐의로 美 송환해야 하는지 쟁점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운영자 손정우(24)씨의 미국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의 심문이 19일 열린다. 법무부가 인도 사유로 여긴 손씨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와 중대 혐의로는 한국서 이미 처벌 받은 사건의 특성 등을 고려한 법원 결정에 손씨 운명이 달렸다.
이번 법원 심문의 핵심 쟁점은 손씨가 굳이 한국에서도 처벌 가능한 혐의로 미국에 송환돼 미국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다. 미국 측은 2018년 8월 손씨를 아동 포르노 광고ㆍ배포, 수입용 미성년자 음란물 제작, 국제자금세탁 등 9개 혐의로 기소하고, 이듬해 4월 손씨의 인도를 청구했다. 법무부는 이중 손씨가 한국에서 처벌 받은 아동 음란물 배포 등 혐의를 빼고 유ㆍ무죄 판단이 나지 않은 자금세탁 혐의로만 인도심사청구 명령을 내렸다. 한미가 맺은 범죄인인도조약 등에 따라 이중 처벌을 뺀 것이다.
손씨 측은 한국의 수사기관이 가상화폐를 통한 범죄수익 은닉 여부를 살펴보고 기소 당시 넣지 않은 죄명을 미국 법령에 따라 처벌 받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이유에서 손씨 부친은 11일 아들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등 혐의로 처벌해달라며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아보려고 한국 검찰의 수사 개시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손씨 부친이 고소장을 낸 이유는 한국 법정에 세워 미국 송환을 막기 위해서다. ‘한국 법원에서 재판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 경우는 인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범죄인 인도법(7조 2항)의 ‘절대적 인도거절 사유’로 법정에서 다퉈보겠다는 것이다. 미국 공소장 내용과 유사한 고소장을 내 한국 검찰이 손씨를 기소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것이다.
검찰은 미국의 기소보다 앞선 2018년 3월 손씨를 재판에 넘기면서 범죄수익 은닉 혐의는 입증 부족을 이유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씨가 아버지 명의로 전자지갑을 열어 돈을 보내는 식의 행태를 법리상의 ‘은닉’이라 판단하기에 애매하다고 봤다고 한다.
반면, 미국은 미국법상 손씨가 범죄수익 은닉을 위해 다수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자금 위치를 숨기고, 아버지 이름으로 거래소 계정을 개설하고, 도박 사이트를 거쳐 도박 수익으로 위장하는 등 돈세탁 범행을 저지른 행태가 입증됐다고 공소장에 썼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아직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은닉ㆍ가장을 판단할 법적 규정이 미비하다”며 “손씨가 부친 개인정보로 비트코인 계좌를 연 것이 한국에서 은닉이 되는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법정에서 미국 법률에 따라 자금세탁법의 유무죄를 판단 받으면 될 사안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부친의 아들 고소 건은 배당은 됐지만 법원 결정 전까지 검찰이 손씨를 기소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미국과 협의한 법무부가 인도사유를 인정한 마당에, 검찰이 2년 넘게 기소하지 않던 죄명으로 인도 불가 사유를 뒤늦게 만드는 것은 외교관계 등을 고려해 현실성이 떨어진다.
손씨 자금세탁 혐의 관련 증거가 상당수 한국에 있다는 점도 법정에서 다툴 대목이다. 손씨 측은 손씨가 범행에 쓰던 컴퓨터와 파일 등이 국내에 있고 한국에서 저지른 범죄여서 송환의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인도할 범죄의 일부가 한국 영역에서 범한 것’이면 범죄인인도법상 ‘임의적 거절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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