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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무릎꿇기’ 인종차별 저항의 상징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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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무릎꿇기’ 인종차별 저항의 상징된 까닭은?

입력
2020.06.0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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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러스에서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무릎을 꿇고 한쪽 손을 든 채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러스에서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무릎을 꿇고 한쪽 손을 든 채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숨진 뒤 이에 항의하는 차별 반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대의 제스처가 눈길을 끈다. 일부 지역의 경찰들이 한쪽 무릎을 꿇는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하는가 하면, 눈을 내린 채 한쪽 팔을 들고 서 있는 시위대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이런 제스처의 배경엔 인종차별에 반대해왔던 미국 사회의 흔적이 담겨 있다.

◇나이키 광고까지 실렸던 ‘한쪽 무릎꿇기’

지난 3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크루즈시 경찰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무릎꿇기 사진. 트위터 캡처
지난 31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크루즈시 경찰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무릎꿇기 사진. 트위터 캡처

1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플로리다ㆍ샌타크루즈ㆍ캘리포니아주(州) 등 미 일부 지역에서 경찰들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제스처인 ‘무릎꿇기’를 선보이며 시위에 동조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의 샌타크루즈 시 경찰은 공식 트위터에 “샌타크루즈 경찰은 평화 시위를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며 흑인과 백인 경찰관 2명이 오른쪽 무릎을 꿇고 있는 사진을 게시했다. 플로리다주에서도 경찰 10여명이 ‘무릎꿇기’를 하는 사진이 등장했다.

이 같은 ‘무릎꿇기’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제스처로 등장시킨 사람은 전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NFL) 선수 콜린 캐퍼닉(33)이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캐퍼닉은 2016년 8월 진행된 한 경기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국민의례를 하는 대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미국 경찰의 총격으로 흑인이 잇따라 사망하는 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 캐퍼닉은 “흑인과 유색인종을 탄압하는 나라의 국기에 존경을 표하기 위해 일어설 수 없다”고 말했다.

콜린 캐퍼닉 전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NFL) 선수가 2016년 8월 진행된 경기 국가 제창 시간에 국민의례를 하는 대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인사이드 에디션 제공
콜린 캐퍼닉 전 미국 프로미식축구리그(NFL) 선수가 2016년 8월 진행된 경기 국가 제창 시간에 국민의례를 하는 대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인사이드 에디션 제공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9월 22일 한 연설에서 “NFL 구단주가 국가와 국기에 존경을 표하지 않는 선수에게 ‘지금 당장 저런 개XX를 경기장에서 쫓아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가”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틀 뒤 NFL 경기에서 백인을 포함한 200여명의 선수가 무릎을 꿇었고, 10월 8일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인디애나 폴리스 콜츠의 경기를 보러 경기장을 찾았다가 상대 팀 49ers 선수 20여명이 ‘무릎꿇기’를 하는 것을 보고 경기장을 떠났다. 다음해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캐퍼닉을 ‘저스트 두 잇’ 캠페인 30주년 광고 모델로 발탁하기도 했다.

2018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저스트 두 잇’ 캠페인 30주년 광고 모델로 콜린 캐퍼닉을 발탁했다. 나이키 제공
2018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저스트 두 잇’ 캠페인 30주년 광고 모델로 콜린 캐퍼닉을 발탁했다. 나이키 제공

◇콜린 캐퍼닉 등장 40년 전에도… 올림픽 육상 선수는 팔을 들었다

1968년 멕시코시티 하계올림픽 남자 육상 200m 시상식에서 미국 육상 선수 존 카를로스(75)가 검은 장갑을 낀 손을 치켜들고 고개를 숙인 채 인종 차별에 항의 표시를 하고 있다.
1968년 멕시코시티 하계올림픽 남자 육상 200m 시상식에서 미국 육상 선수 존 카를로스(75)가 검은 장갑을 낀 손을 치켜들고 고개를 숙인 채 인종 차별에 항의 표시를 하고 있다.

콜린 캐퍼닉 이전에도 제스처를 통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도 있었다. 1968년 멕시코시티 하계올림픽 남자 육상 200m 시상식에서 미국 육상 선수 존 카를로스(75)는 검은 장갑을 낀 손을 치켜들고 고개를 숙인 채 인종 차별에 항의 표시를 했다. 카를로스는 올림픽이 금지하는 정치적 의사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올림픽 선수촌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카를로스는 백인들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고 미 육상계에서 쫓겨나다시피 했고, 그의 아내는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내 인권 의식이 개선되며 카를로스는 1984년 LA올림픽 준비위원회에 고용됐다. 2011년 자서전을 내는가 하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는 “1000번의 기회가 다시 주어지더라도 내 행동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회적 발언도 이어 나갔다. 이후 카를로스의 제스처는 미국 내 인종차별 반대의 상징이 되어 최근 시위에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서 흑인 시위대들이 미국 내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지지 의사로 한쪽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서 흑인 시위대들이 미국 내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지지 의사로 한쪽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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