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태성 기자

등록 : 2016.02.25 15:28
수정 : 2016.02.25 19:01

“다양한 의사소통이 최상의 결과 이끌어낸다”

출판문화상 북콘서트<1> '세상물정의 물리학' 김범준 교수

등록 : 2016.02.25 15:28
수정 : 2016.02.25 19:01

김범준 교수가 24일 서울 강남구 학동로 북티크에서 열린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북콘서트에서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몇 년 전 어느 강연에서 청중들에게 제 나이를 추정해보라 했어요. 24세도 나왔고요(웃음), 56세도 나왔습니다.

개개인들은 이렇게 다 다른 의견을 내놨어요. 그런데 그 추측의 평균을 내보니 46세가 나왔어요. 당시 제 나이를 딱 맞춘 거죠. 어떻게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24일 서울 논현동 콜라보서점 북티크에서는 ‘세상물정의 물리학’(동아시아 발행)의 저자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의 북콘서트가 열렸다. ‘세상물정의 물리학’은 ‘뒷담화’, ‘허니버터칩의 인기’, ‘프로야구팀 경기일정’ 등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들을 통계물리학적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내 한국일보사가 주최한 지난해 제56회 한국출판문화상 교양부문 공동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김 교수는 이날 ‘영화 ‘배트맨 리턴스’에서 박쥐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어떻게 연출할까’, ‘런던 밀레니엄 브릿지가 흔들리는 장면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등 흥미로운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김 교수는 강연을 통해 자신이 연구하는 통계물리학의 연구방법론을 사회학에다 접목하면 ‘사회물리학’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차분히 설명했다. 물리학이란 어떤 물질 같은 대상을 연구하는 것이라기보다 자연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이라는 얘기다. 나이 추정도 그 중 한 예다. 개개인의 의견은 정확하지 않아도 그 의견의 평균은 정확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퀴즈프로그램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실험에서도 이런 경향이 발견됐다”면서 이를 ‘집단지성’이라 불렀다.

단, 이 실험에서 중요한 조건은 참가자들이 다양하고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꿀벌들이 꿀 많은 꽃을 고르는 방식도, 개미들이 먹이까지 최단거리 길을 찾아가는 방식에도 고스란히 적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성들끼리 있는 집단의 창의성이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에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다양한 얘기를 수다로 떨어내는 게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이는 곧 선거와 민주주의의 문제로 이어진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다양한 통로를 통해 의사소통을 해나가면서 선택할 경우 최선의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김 교수가 논어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표현이 요즘 좋아지고 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자신의 작업이 “공학과 달리 세상을 이해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물리학도 어쩌면 인문학과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인문학과 비슷하니 당연히 한국 물리학의 현실에 대한 개탄도 나왔다. 김 교수는 “수도권 인근 큰 대학 외엔 물리학과가 남아 있는 곳이 거의 없다”면서 “시내버스 노선을 만드는 데도 물리학자에게 네트워크 연구를 요청하는 중국과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레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물리학자의 강연이었음에도 흥미로운 책이었던 덕분에 이날 행사장은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청중들 반응도 강연 중간, 그리고 끝난 뒤 1시간 넘게 질의 응답이 이어질 정도로 열렬했다. “통계물리학적 방법이 사회학적 설명을 대체할 수도 있는가” “진화나 적응에도 통계물리학이 적용될 수 있는가” “수렴하지 않고 발산하는, 예측이 무의미해지는 사례도 있는가” 등 질문도 다양했다. 이 가운데 “과학에 좀 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김 교수는 “예전과 달리 요즘 언론엔 좋은 과학기사가 많으니 그 기사들을 열심히 찾아서 읽어보라”고 답했다.

다음 번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북콘서트는 3월 2일 오후 7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현 앨리스와 그의 시대’로 저술 학술부문상을 받은 정병준 이화여대 교수가 진행한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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