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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에 유아인 캐스팅 안된 이유

입력
2016.02.1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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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주'에서 강하늘이 연기한 윤동주 역할을 유아인이 욕심내기도 했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영화 '동주'에서 강하늘이 연기한 윤동주 역할을 유아인이 욕심내기도 했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지난 17일 개봉한 ‘동주’는 제작비 5억원이 들어간 저예산영화다. 이준익 감독은 “1억원이 없어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감독이 수도 없이 많으니 적지 않은 돈”이라고 했으나 무명 감독들을 염두에 둔 배려 어린 발언일 뿐이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제작비는 보통 100억원이다. 최근에는 150억원 정도는 들여야 대작 소리를 듣는다. 지난달 개봉한 중급 규모 영화 ‘로봇, 소리’만도 마케팅비 등을 포함해 총제작비가 70억원 가량이었다. ‘로봇, 소리’를 극장에 선보일 돈이면 12편 정도의 ‘동주’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이 감독은 “요절 시인 윤동주는 상업성이 떨어지는 소재이기에 저예산으로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저예산영화지만 당초 물망에 오른 주연배우는 블록버스터급이었다. 유아인이 탐을 냈다. 이 감독의 전작 ‘사도’를 촬영하던 중에 유아인은 ‘동주’ 시나리오를 보게 됐다. 청춘의 심벌을 자부하며 한국의 제임스 딘으로 불리기를 주저하지 않는 배우이니 기억할 만한 짧은 생을 살다간 윤동주 역을 욕심 낼 만했다. 이 감독은 거절했다. “유아인은 어차피 대세가 될 배우였다. 너무 유명한 배우가 주연을 맡으면 저예산으로 윤동주의 삶을 제대로 그려내고자 했던 당초 의도가 퇴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감독의 예상대로 유아인은 지난해 여름 1,300만 관객을 모은 ‘베테랑’으로 충무로의 큰 샛별이 됐고, 9월 개봉한 ‘사도’로 빛을 더욱 발했다.

유아인을 대신해 윤동주를 연기한 강하늘도 스타다. 2014년 tvN드라마 ‘미생’에서 장백기를 연기하며 대중의 눈에 들었고, 지난해 영화 ‘쎄시봉’과 ‘스물’에 출연하며 대중과 더욱 가까워졌다. 하지만 ‘동주’에 캐스팅되기 전 그는 무명에 가까웠다. 2014년 부산영화제에서 이 감독은 강하늘을 만나 출연을 제의했다. ‘미생’이 방송되기 직전이었다. 의도치 않게 스타 캐스팅이 된 셈이다. 강하늘은 ‘평양성’(2011)에서 연개소문의 아들 남산을 연기하며 이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이 감독이 ‘동주’의 흥행만을 염두에 뒀다면 유아인의 달콤한 제안을 거부하지 못했을 것이다. 돈이 우선이고, 흥행이 최고의 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요즘 영화계에서 이 감독의 선택은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동주’를 보다 보면 그의 순수한 의도에 공감을 하게 된다. 이제는 너무나 빛나는 별이 된 유아인이 ‘동주’에 얼굴을 비쳤다면 시인의 불우했으나 강렬했던 삶이 많이 가려졌을 것이다. 아직도 대한민국에 순수와 진정성,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기는 한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저예산영화 ‘동주’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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