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단위로 美 동의절차 안받아도 국내서 자유롭게 연구 가능해져
원자력연구원 가동 실증시설, 실제 핵연료 이용 가능 기대도
한ㆍ미 원자력협정이 22일 개정되면서 국내 개발 중인 ‘사용후 핵연료’ 처리 기술 연구도 탄력을 받게 됐다. 지금까지 일일이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만 개발이 가능했던 처리 기술을 앞으로 우리 스스로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발전 후 남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다. 국내에서는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 내 대형 수조에 임시 저장하는데 이마저도 2016~2038년에 차례로 포화된다. 따라서 사용후 핵연료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었으나 관련 기술이 기존 한ㆍ미 원자력협정에 묶여 개발되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사용후 핵연료 처리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나 5년 단위로 계획을 짜서 일일이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번거로운 절차를 더 이상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연구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개정안에 포함된 기술은 ‘조사후 시험’과 ‘전해환원’이다. 조사후 시험은 사용후 핵연료에 실제 발전소에서 핵연료를 태우는 듯한 효과를 내 상태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자료가 나온다. 그만큼 원자력 사용국이라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기술이다.
전해환원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미국과 함께 연구 중인 사용후 핵연료 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을 상용화하기 위한 초기 단계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 핵연료에 여러 단계의 화학반응 처리를 해 원자로(소듐냉각고속로) 연료로 다시 쓸 수 있는 금속물질을 뽑아내는 기술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을 거치면 사용후 핵연료는 부피가 20분의 1로 줄어든다.
본격적인 파이로프로세싱을 하려면 먼저 사용후 핵연료를 가루로 만들어야 한다. 분말로 바뀐 사용후 핵연료에 전기분해 방법으로 화학반응을 일으켜 금속으로 바꾸는 기술이 바로 전해환원이다. 이번에 개정된 한ㆍ미원자력협정에 따라 이 단계까지 국내에서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게 됐다.
원자력연구원 등 대다수 원자력 전문가들은 이번 협정 내용을 반기는 분위기다. 모 대학 교수는 “앞으로 사용후 핵연료 처리 기술 연구를 본격화할 수 있다”며 “더불어 실제 핵연료를 이용하는 실증시설 추가 구축도 기대한다”고 전했다. 실증시설이란 파이로프로세싱 공정을 시험하는 시설이다. 원자력연구원이 2012년부터 가짜 사용후 핵연료를 이용하는 실증시설을 가동 중이었는데 이번 협정이 개정되면서 실제 사용후 핵연료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에서는 42년 만에 개정된 내용치고는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파이로프로세싱 전 과정에 대해 자율성을 얻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원자로 연료 물질을 뽑아내려면 전해환원 이후 전해정련과 전해제련 두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이 과정들은 금속상태로 변한 사용후 핵연료에서 찌꺼기인 우라늄을 떼어내는 기술이다. 이 과정들을 거쳐야 비로소 원자로 연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나머지 두 단계 연구시설이 없어서 현재 수준으론 충분한 소득을 거뒀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어차피 전해정련, 전해제련 단계는 국내에 연구시설이 아직 없다”며 “전해환원에 성공해야 이후 단계를 논의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개정 내용은 충분히 의미 있다”고 평했다.
더불어 지지부진했던 사용후 핵연료 관리 방안을 둘러싼 정책적인 논의도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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