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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불확실성 시대의 한국 외교

입력
2017.01.1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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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는 굵직굵직한 국제적 사건들이 화제에 올랐다. 브렉시트 결정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그 예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영국 국민들의 유럽연합 잔류 결정과 힐러리 클리턴의 대통령 당선을 예상했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그래서인지 작년 말부터 전문가들이 쏟아 놓은 2017년 국제정세 전망은 한결같이 불확실성으로 집약되고 있다. 가장 큰 불확실 요인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 대외정책의 변화다. 미ㆍ중 관계의 변화 조짐은 동아시아 정세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하나의 중국’ 원칙 흔들기와 이에 맞선 중국의 미국 수중 드론 포획 사건과 중국항공모함 랴오닝의 서태평양 첫 진입 등은 향후 미ㆍ중 관계에 닥칠 격랑을 예고한다.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은 경제우선주의에 중점을 둔다. 중국과의 불공정무역을 시정하겠다는 트럼프의 강한 공약이행 의지는 그의 인사정책에서 읽을 수 있다. 그는 최근 신설 ‘국가무역위원회’(NTC)의 위원장으로 반중국 경제학자인 피터 나바로 교수를, 무역대표부(USTR)대표로 무역 소송 및 협상 전문가인 로버트 라이시저를 각각 지명했다. 트럼프가 이전까지 금기 시 된‘하나의 중국’ 원칙에 의문을 제기한 것 역시 무역불균형 시정을 위한 대중국 압력용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대한 중국의 공세적 대응 또한 향후 동아시아 정세의 불안요인이 될 것이다. 미국과의 공존 필요성을 잘 아는 중국은 미국과의 긴장수위 조절에 주의를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시진핑 정부가 ‘주동작위’(主動作爲) 정책을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 양국이 어디서 이해 절충을 위한 접점을 찾게 될지 불확실하다.

정상국가화를 지향하는 아베의 일본과 ‘부활’을 꿈꾸는 푸틴의 러시아도 동아시아 정세를 복잡하게 만들 변수이다. 장기집권 가능성이 커진 아베 정부가 미국과의 동맹강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 강도를 높이고 ‘적극적 평화주의’란 명분 아래 국제 정치ㆍ안보 문제에 적극 개입할 경우 동아시아 정세는 더욱 꼬일 것이다.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친화 정책을 펼쳐 온 러시아가 대중 견제를 위해 친러정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는 미국에 어떻게 호응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미ㆍ중관계의 변화는 역내 국가들의 불안요인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 수 있어서다. 트럼프 당선자와 차이잉원 총통과의 통화를 반기는 대만에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린 트럼프가 대만을 대중국 협상용으로 쓰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수 아시아 국가들이 오바마표 대외정책을 수정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대아시아 정책을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사드의 한국배치 철회 요구나 홍콩세관의 싱가포르 장갑차 억류사건과 같은 중국의 강압적 편가르기 전략 또한 역내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동아시아 정세의 불확실성은 한국 외교에 큰 부담이다. 외교부가 2017년 신년업무보고에서 “올해는 냉전종식 후 가장 엄중한 외교안보 환경이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한 것처럼 연초부터 여러 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예고해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한 공동대응을 위해 트럼프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가 요구되고 있다. 한한령(限韓令)을 포함한 각종 압박수단을 동원해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중국과의 갈등 해소도 긴요해졌다. 설상가상 일본까지 소녀상 설치를 문제 삼아 우리를 압박하고 있어 대일본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해졌다.

내치와 외정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내치가 불안하면 외정 또한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불확실한 국제정세로 불안감이 가중되는 때에 국가 리더십의 동요는 우리 외교를 흔들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대외문제에 대해 국익우선의 실용외교 정신에 입각해 꿋꿋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념과 감정, 또 정치적 이해 때문에 국가적으로 소탐대실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부, 국회, 정당, 언론, 시민단체가 힘과 지혜를 모을 때다.

서정하 제주평화연구원장ㆍ전 싱가포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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